마흔에 처음 배운 ‘나만의 시간’
운동은 늘 누군가와 함께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러닝 기록을 남기는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사람들의 러닝클럽 활동 사진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 함께 뛰고, 서로 응원하며, 밥&커피&술 까지 함께하는 그 문화가 너무나 재미있어 보였다.
미국에서의 내 현실은 달랐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달리기를 이야기할 친구도 주변엔 없었다.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러닝도, 필요한 근력운동도, 다 내 손으로 찾아서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고, 조금씩 따라 하고, 내 몸의 반응을 기억하면서 배우고 발전시켰다.
처음 1년 반은 참 힘들고 지루했다. 해야하는 일이라, 참아낸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혼자 뛰는 한 시간이 명상이 되었다. 사람의 소리가 없으니, 자연의 소리에 집중했다. 흘러가는 구름을 눈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와 약속하는데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좋았고, 내 컨디션에 따라 거리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편안했다.
달리기 안에서 생활의 리듬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서, 또는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드디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늘 누군가에게 연락해야 했고, 혼자 있으면 외롭고 심심했다. 나만 소외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이제는 혼자 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무엇을 하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느낀다.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내 정신을 단단하게 세워주었다.
나는 가끔 친구들과 장거리 러닝을 하거나, 남편과 함께 헬스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그 나름대로의 기분전환이고 즐거움이다.
하지만 나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건, 혼자 계획하고 배우고 느리게 성장하는 일상의 시간이다.
부상 없이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것도, 내 몸과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나'에게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하는 운동은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다.
그리고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 자유를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