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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완성은 잠에서 이루어진다

달리기가 내게 알려준 수면의 가치

by Mindful Clara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잠의 중요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잠을 줄여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부지런한 사람이고, 잠이 부족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루에 8시간을 잔다는 건 곧 삶의 1/3을 잠에 써버린다는 느낌이었고, 그게 끔찍했다.

잠 자는 시간 외의 나머지 시간을 집중해서 잘 써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잠을 많이 자면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몸도 정신도 회복하지 못한다는 걸 아주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운동 전후로 잠이 충분해야 즐겁게 운동에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난생 처음 10km를 뛰었다. 그때 몸에 쌓였던 피곤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3일정도를 거의 잠만 잤다고 기억할 만큼, 수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후로도 20km, 25km, 30km... 거리를 늘려갈 때 마다 충분한 잠을 자면서 회복했다. 가끔은 낮잠도 자고, 밤 9시면 눈을 뜨고 있기 어려울 만큼 졸려서 바로 잠드는 날도 많아졌다.


요즘에는 근력운동도 병행하면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근육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시간은 운동 중이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이라고 한다.


*잠에 들고 처음 2–3시간 동안 찾아오는 -가장 깊은 수면(NREM 3단계)-에서 아래의 변화가 일어난다.


성장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깨어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이 나오면서 근육 복구의 스위치를 켜준다.


단백질 합성이 최고조로 올라간다.
운동으로 생긴 미세 손상을 채우기 위해 새 근육 조직을 만드는 시간이다.


염증이 가라앉고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부은 근육이 진정되면서 본격적인 재생이 진행된다.


신경계가 회복된다.
근육과 신경의 연결이 다시 정돈되며, 다음날 힘을 더 낼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결국 운동은 자극이고, 성장과 회복은 잠이 완성한다는 말이 정답이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회복이라는 관점에서는 잠이 무조건 첫 번째다.

특히 근육 성장이 중요한 40대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수면이 더더욱 필수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전에는 모든 성인들이 다 늦게 자는 줄 알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개인 시간을 보내다가 밤11시-12시나 되서야 잠드는게 일반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랬다.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서 운동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밤 9-10 사이에 잠에 들고, 최소 7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일상이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회복이 안 되면 다음 날 운동이 힘들어지고, 하루 전체가 무거워진다.

운동이 주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없게된다.


그래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자연스럽게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밤에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시간을 쓰는 행동들이 점점 가치 없게 느껴진다.

-술을 마시고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이 더 이상 재밌거나 매력적인 활동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은 아침이 피곤해지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


하루에 7–8시간을 잔다고 해서 시간이 부족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휴식해야 남은 시간을 선명하게 집중할 수 있고, 그 시간이 훨씬 의미 있게 채워진다.

회복이 되어야 하루가 시작된다.

잠은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돌려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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