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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쏟는 에너지, 다시 생각해본다

목적 없는 공유에서 벗어나기

by Mindful Clara

운동에 관해서만큼은, 그동안 소셜 미디어의(인스타그램) 장점을 꽤 잘 활용해왔다.

4년전 달리기를 시작했을땐 많은 의지가 필요했었다. 인스타그램에 그날의 운동 기록을 올리기라도 하면 '창피함 때문에라도 꾸준히 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 건 아니지만, ‘공표’의 효과는 분명했다.
‘저 사람 하다가 그만뒀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빠지지 않고 계속 운동을 이어갔다.


몇년이 지나고 운동이 익숙해지면서, 하루하루 '했다 안했다'가 아닌 조금 더 큰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얼마 전 부터는 내가 글을 써오고 있는 이 브런치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처럼 금방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서, 소모적이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는 기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원래 인스타그램은 나의 유튜브 요리 채널에서 다 보여주지 못하는 나의 ‘운동과 요리 일상’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러닝 기록, 해 먹는 음식들, 육아의 아주 작은 장면들을 스토리와 피드에 올렸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신경을 쓰고 있을까?'

스토리는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고, 피드 또한 금방 아래로 밀려나 나중에는 내가 올린 것조차 찾기 힘들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여 올린 것들이 다 흩어져 버리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팔로워가 있어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내 피드를 보러 오는 사람도 그닥 많지않다.


그저 가끔 올리는 스토리와 피드 때문에 습관처럼 앱을 열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계속 보게 된다.

가깝지도 않은 아는 사람들의 사진, 공구 피드, 운동/요리, 자기계발 계정들의 끝없는 업데이트들…
앱을 열지 않았다면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 것들에 시간을 쓰고 나면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항상 같다.

이게 뭐 하는 거지? 그리고 나는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아이들의 성장, 내가 해 먹는 음식들의 기록, 나의 마라톤 준비 과정 같은 것들은 사실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덜 어수선한 공간에, 관심 있는 사람만 찾아볼 수 있는 ‘제대로 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놈의 인스타그램을 완전히 그만두기가 왜 어려운지 모르겠다.


2025년이 한 달 남았다.
올 한 해 나는 내 에너지를 얼마나 ‘제대로 된 곳’에 쏟아부었을까.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시간이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한 번 들여다보고 싶다.


무엇을 한다. 왜 하는가?
나를 위한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을 위한 것인가?
그저 인정받고 싶은 것인가? 남들의 선망을 받고 싶은 것인가?


목적이 흐릿한 소셜 미디어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내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해야 할 때다.

나에게 남는 기록,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기록, 그런 방향으로 천천히 방향을 돌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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