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루로 만드는 단짠 고소 반찬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김가루 400g을 샀다.
봉지를 여니 꽉 눌려있던 김들이 부풀어 오른다. 400g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김가루 봉지 안에 엄청난 양의 김가루가 압축되어 있는 것 같아 겁이 났다.
베갯속 솜처럼 비집고 나온 김가루들은 꺼내기는 쉬워도 다시 넣기는 어려웠다. 이 많은 김가루를 어떻게 작은 봉지 안에 넣었는지 궁금하다.
주먹밥을 만드는 데는 약간의 김가루면 충분했다. 주먹밥을 만들고 남은 거대한 부피의 김가루는 숙제가 되었다. 봉지 크기를 줄이고 싶어서 김가루를 여기저기 넣어보았다. 볶음밥에도 넣고 칼국수에도 넣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김가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치냉장고 한편을 떡하니 차지한 커다란 김가루 봉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마침 생각나는 반찬이 있었으니.
김 무침!
신혼 초 어머님이 김 무침을 만드는 것을 도운 적이 있다. 굳이 김을 굽고-> 부숴서-> 양념에 무치는 반찬이 생소하고 번거로워 보였다. 그 뒤로는 잊고 있었다.
하지만 김가루로 만든다면?
그래, 김가루로 김 무침을 만들어보자.
어머님은 날 김으로 김 무침을 만드셨다. 열 장의 김을 한 장씩 구워서 모두 부순 후에 양념을 하셨다. 일이 많았다. 굽는 것도 귀찮지만 부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김가루를 사용하니 간단했다. 김가루는 이미 구워서 부수어져서 짭조름 양념까지 되어있다. 간단한 양념을 더해서 숨을 죽이면 바로 반찬이 된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김 무침을 만들어보자.
김가루에 양념을 넣고 섞는 것이 전부다.
매운맛을 더하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넣지만 생략해도 된다.
설탕 대신 매실청과 맛술을 쓰는 이유는 숨을 죽이기 위해서다.
촉촉한 것을 원하면 물 1~2T를 추가로 넣어준다.
그 많던 김가루는 마법처럼 양이 줄어들어 반찬통 하나에 쏙 들어갔다.
"오, 맛있다."
막 무친 김 무침은 단짠 고소한 마력의 맛이었다. 시판 김가루가 가진 짭조름한 조미료 맛에 매실청의 달콤한 맛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졌다.
김 무침을 만든 날 우리 가족은 김 무침만으로 식사를 했다. 반찬통 하나에 가득 담긴 김 무침은 한 끼에 사라졌다.
이제는 김 무침을 만들기 위해 김가루를 구매한다. 400g 커다란 김가루 봉지는 김 무침을 몇 번 만들면 사라진다.
밥맛 없을 때, 김무침과 함께 녹차 물에 밥을 말아먹거나 누룽지와 먹으면 밥이 술술 넘어간다.
밑반찬으로 만들어두고 먹으니 다른 반찬과도 잘 어울린다.
김은 단백질과 아미노산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여 맛있게 건강을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