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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un 20. 2022

시와 철학 4

유토피아 공학의 허구성: 한 밤의 가수

한밤의 가수

                                     —베이다오


노래는

지붕 위를 바삐 돌아다니는 도둑이다

여섯 가지 색깔을 훔쳐갔다

또 뻘건 시곗바늘을

4시의 천당을 가리키게 한다

4시에 폭발하게 한다

수탉 대가리에

4시의 광기가 있다


노래는 적의(敵意)를 가진 나무이다

변경의 다른 쪽에서

그것은 언약을 내놓는다

그 내일을 통째로 삼킨 이리 떼


노래는 틈을 죄다 외운 겨울이다

기억의 왕이다

납으로 만든 혀들이

비난하는 불빛이다

신화가 기르는 화초이다

증기기관차 머리가

교회로 돌진한 것이다


노래는

한 가수의 죽음이다

그가 죽은 밤이

검은 레코드판으로 압축되어

계속 돌아가며 노래한다



유토피아 공학을 추구하는 역사주의자들이 만든 사회는 열린 사회가 아니라 가장 닫힌 폐쇄적 사회가 되었으며,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와 함께 레닌과 모택동은 열린 사회와 그의 적들의 한 부류가 되었다.(칼 포퍼)


시인을 추방하는 것이 플라톤이 최초로 구상한 유토피아 공학의 설계도였다면, 오히려 추방된 시인은 그의 시에 음성이라는 현실성을 담은 한 밤의 가수가 되어 그런 유토피아 공학의 가상성과 허위성을 고발한다.



‘노래는 지붕 위를 바삐 돌아다니는 도둑이다 여섯 가지 색깔을 훔쳐갔다 또 뻘건 시곗바늘을 4시의 천당을 가리키게 한다 4시에 폭발하게 한다 수탉 대가리에  4시의 광기가 있다’


가수 시인의 노래는 유토피아라는 허구적 집의 지붕을 유린한다. 6이라는 다양성을 배제한 획일성이 지배하는 전체주의의 색깔과 숫자는 뻘건 색(홍위병)과 4(문화 대혁명의 4인방)이다.


경제적 유토피아 공학의 평등한 공간은 문화적 유토피아 공학에 의해 자유와 상상력이 유린된 광기의 공간이 된다. (미셀 푸코) 4시의 천당, 4시의 폭발은 전제군주적 수탉의 광기에 의해 저질러진다.



‘노래는 적의(敵意)를 가진 나무이다 변경의 다른 쪽에서 그것은 언약을 내놓는다 그 내일을 통째로 삼킨 이리 떼’


가수의 노래는 광기의 공간에 저항하는 나무가 된다. 좌파로 간 사르트르와 결별한 레이몽 아롱처럼 한때 홍위병이었던 가수는 이제 다른 쪽에서 저항의 언어를 산출한다. 마오이즘은 또 다른 마키아벨리즘이 되었다고.


폭력은 짐승에게나 어울릴 수단이지만, 군주는 때때로 짐승이 되어야 한다. 곧 사자의 힘과 여우의 간교함을 갖추어야 한다.(마키아벨리) 혁명가는 군주가 되었고 그리고 군주는 때로 짐승이 되었다.


‘노래는 틈을 죄다 외운 겨울이다 기억의 왕이다 납으로 만든 혀들이 비난하는 불빛이다 신화가 기르는 화초이다 증기기관차 머리가 교회로 돌진한 것이다’



시인은 가수가 되었으나 그의 시적 상상력의 원천은 아이러니하게 겨울이 긴 북유럽에서 살면서 여전히 정치적으로 겨울인 고향 중국에 대한 기억이다. 역사는 동구와 달리 그의 고향에서는 아직 종말을 맞지 않았다.(프란시스 후쿠야마)


납으로 만든 혀는 절대 권력의 시녀들이 만든 것이다. 노래의 불빛은 납의 혀를 녹이는 저항의 신화에서 피어난 화초이다. 근대화를 상징하는 증기기관차의 머리인 개인주의 자유정신이 전체주의 교회의 후계자인 공산당 정권에로 돌진한다.



‘노래는 한 가수의 죽음이다 그가 죽은 밤이 검은 레코드판으로 압축되어 계속 돌아가며 노래한다’


저항은 곧 일종의 순교이다. 추방과 망명은 한 공동체로부터 단절이자 곧 그곳에서 죽음이다. 이 죽음은 검은색의 레코드판으로 압축되어 저항의 노래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역사정신은 시대정신들로 집적되면서  순간에 혁명으로 비약한다. 그러나 필연성이 결여된 인위적 비약은 역사를 역행한다. 그런 역행은 자유를 질식시킨다. 가수는  다른 ‘수용소 군도 (솔제니친) 고향의 상황을 방랑하면서 지속적으로 ‘인간성의  죽음’이라고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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