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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들의 건강한 일탈

태안펜션에서 보낸 특별한 하루

by 펭귀니





내 고향 부산을 떠나 경기도에 자리 잡고 산 지도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정도 살았으면 표준말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법한데

나름 곤조 있는 경상도 여자라 그런지 아직도 부산 사투리를 남발하는 바람에 늘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내는 중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일자리가 부족한 부산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수도권으로 상경한 친구들이 제법 있다.


그중 한 명은 비슷한 시기에 엄마가 되어 이전보다 더욱 끈끈해진 느낌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승승장구해 나가는 친구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각자의 일상을 바쁘게 살아내고 있던 어느 날. 이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일탈하고 싶다기에 숙소는 나에게 맡겨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숙박업소 협찬을 신청했다.


태안군의 한 펜션에 선정이 되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매우 기뻐했다.


같이 여행을 하려면 결이 비슷해야 하는데 친구도 나도 환경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라 같이 다니기 편했다.


팔 통증으로 장거리 운전에 자신이 없었는데

출장이 일상인 그녀는 친히 나의 일일 기사가 되어주었다.


서로 해변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친구가 챙겨 온 아이템으로 불멍도 하고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하기 힘든 ATV체험까지 제대로 즐겼다.


휴게소에서 육아를 담당해 준 남편들을 위한 호두과자 선물까지 함께 구매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가 아닌 고등학생 소녀시절의 감성 그대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보냈던 시간.


다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다음에 또 일탈하자며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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