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휴게실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양의 아픔을 가지고 산다.

by 펭귀니

입원 20일 차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병원 휴게실.


3월이지만 부쩍 추워진 꽃샘추위에 뼈가 시려


간호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따뜻한 휴게실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새벽에 눈을 뜨니 사람이 하나, 둘 모여든다.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어떻게 아프게 됐는지 각자의 사연을 토로하는 장이 되었다.


자식을 살뜰히 키워낸 이야기,

교통사고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를 배려하다가 오히려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들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바보처럼 산 거지. 내 것 내가 챙겼어야 하는데..."


예전에 내가 나를 자책하며 무수히 찔렀던 말.


나는 그 어르신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질게 사셔서 자제분들이 병문안도 자주 오고 그런 거죠. 나중에 다 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어르신이 미소 지으며 말씀하신다.


"젊은 사람이 아기 떼어놓고 오죽 아팠으면 여기 입원까지 했을까. 많이 힘들죠?"


아기 하나 낳고 유세 떤다는 말을 듣지는 않을까,

나이롱환자로 보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내 마음이 녹아내린다.


병원 휴게실에서 피어난 휴머니즘.


의외의 행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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