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확인

기분 좋은 직업병

by 펭귀니

입원 21일 차


병원 휴게실에서 만난 어르신.


이야기를 경청하며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전문상담사였어요."


그냥 아줌마캐릭터로 밀고 나가려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공부 엄청 많이 하신 것 같은데? 내가 언제 한 번 상담을 받아봐야겠어요. 눈물이 나려 해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고마워요."


혹독한 시집살이. 그 과정에서 견뎌내야 했던 숱한 아픔.


마지막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께서 본인만 찾았다며 은근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던 눈빛.


'일상에서의 나'와 '상담사로서의 나'.


경계를 잘 지켜야 하는데 가끔씩 실패할 때가 있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인가?


기분 나쁜 병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제는 스스로를 좀 더 아껴주며 사세요."


이 말은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이중관계 금지의 원칙에 따라 내가 직접 상담을 맡을 수는 없고 상담을 원하시면 다른 선생님을 소개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이 정도면 프로라고 볼 수 있겠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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