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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May 27. 2024

영화<챌린저스>-테니스는 관계다

게임의 엑스터시

      

영화를 포스터처럼 삼각관계에 대한 스토리라고 다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테니스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해도 괜찮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의 겨진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도 만하다.

나는 물론 심리학적인 해석의 여지를 발견다.

이렇듯 풍부한 함의를 가진 영화는 보는 재미와 해석의 재미를 보장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타시는 외모도 출중하고 재능이 있는 여자 테니스 선수이다.

당연히 팬덤이 있고 비중 있는 광고 출연에다 유명세를 과시하지만 자신은 테니스만 치면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은 싫다며 프로로 전향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한다.

패트릭과 아트는 소년 시절부터 함께 테니스를 함께 훈련해 온 절친이다. 둘은 '불과 물'로 불리는데, 패트릭은 불처럼 화려하고 즉흥적인 게임을 좋아하고 아트는 물처럼 유려하고 확률적인 게임을 선호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같은 방을 쓰며 생활한 탓에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청소년 시절 복식 게임에서 같은 조로 우승할 때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둘이 단식 결승에서도 붙게 되는데 아트는 패트릭에게 게임을 져달라고 하고 패트릭이 수락한다. 그러나 둘이 우연히 타시의 여자 단식 결승 게임을 관전하다가 둘 다 그녀에게 반한다. 그녀가 아름다울 뿐아니라 게임에 흠뻑 빠져서 경기하는 장면을 보고 너무 섹시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타시의 우승 기념 파티에서 그녀를 만나 이야기하게 되고, 그들의 방에 놀러온 타시는 둘 다에게 여지를 주며 그들 중 우승하는 사람에게만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한다. 결국 둘은 이전의 딜은 무시하고 결사적으로 게임을 하고 패트릭이 우승하여 타시와 사귀게 된다.

      

패트릭은 프로로 전향하고 아트와 타시는 대학에 진학한다. 패트릭과 타시가 데이트를 하던 중 타시의 테니스에 대한 끊임없는 충고를 듣고 거슬린 패트릭은 떠나버린다. 결국 그는 타시의 대학 테니스 결승전보러오지 않고, 이에 상심한 타시는 스텝이 꼬이며 경기 중 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나중에 패트릭이 달려오지만 그녀는 외면한다. 선수를 그만두게 된 타시는 오랫동안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던 아트와 사귀게 된다.

아트는 그녀에게 자신의 코치가 돼달라고 부탁하고 나중에는 결혼하여 딸까지 낳게 된다. 그녀는 남편의 훈련뿐 아니라 마인드까지 관리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게 만들고, 그가 메이저 대회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를 바라지만 아트는 수록 지쳐서 성적이 부진해지고   타시는 아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자 챌린저급 대회에 나가도록 권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프로로 전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챌린저급 대회를 전전하던 패트릭도 이 대회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십수 년 만에 재회한다.


아내와 친구가 감정적인 미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아트가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이에 타시는 패트릭을 만나 하룻밤을 같이 자며 아트에게 결승에서 져달라고 부탁한다.

결승 게임이 시작되고 아트가 두 세트를 리드하고 이기기 직전, 갑자기 패트릭이 서브하며 어떤 자세를 취하자 아트는 패트릭과 타시가 같이 자고 모종의 딜을 했다는 것을 눈치챈다. 아트는 라켓을 내리고 그 세트의 경기를 포기해서 동점을 만든다. 마지막 세트의 경기가 시작되고 둘은 결사적으로 경기한다. 둘은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마친 후 그들이 어릴 때 복식에서 이겼을 때처럼 포옹하며 바닥을 구른다.

         



매력적인 여성 타시를 보자.

그녀가 딱붙는 하얀 테니스복을 입고 코트에 나타나는 순간, 패트릭과 아트뿐 아니라 여성 관객들조차도 숨죽이고 감탄을 하게 된다. 군살 하나 없는 늘씬한 몸매뿐 아니라 파워풀한 완벽한 테니스 실력까지 그녀는 너무 멋지다. 당연히 광고가 따라붙어 돈도 엄청 많이 번다. 그러나 이런 부수적인 것들을 다 차치하고, 그녀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그녀가 테니스를 정말 잘 치고 게임을 진심으로 즐기고 몰입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결승에서 우승했을 때 감동했던 것도 1등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최선을 다했고 게임에 빠져서 상대방과 테니스하나가 된 짜릿한 경험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부상으로 더 이상 선수 생활을 못하게 되었을 때 모델이나 하며 테니스와의 인연을 끊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테니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경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자신과 가까운 남편이나 전 애인에게도 보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 판을 짠 사람은 타시인 것이다. 그녀는 내적 동기를 잃은 남편에게, 또 성실하지 못한 전 애인에게 다시 열정을 돌려주어 테니스를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잠재력은 있으나 그녀 때문에 마지못해 테니스를 계속하는 남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그녀는 메이저 대회가 아닌 챌린저 경기에 와일드카드로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아마도 패트릭이 아직도 챌린저 경기를 전전한다는 것을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챌린저 경기 결승에서 둘이 붙어서 사력을 다해 경기를 하는 것을 본 그녀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 둘은 이 경기 이후에 다시 테니스에 열정을 불사를 것이다.

이제까지 타시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던 두 친구도 이제 그녀를 잊어버리고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누가 이겼는지는 영화에 안 나오지만, 경기가 끝나고 둘은 얼싸안고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간다.

     

서로 성격이 판이한 두 친구는 같은 여성을 좋아한다. 영화의 제목인 ‘챌린저스’는 테니스 대회의 분류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한 여성을 두고 경쟁하는 사람들이라는 이중적 의미로 쓰인다. 타시를 얻은 아트가 승승장구하다가 타시와 패트릭의 외도를 보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것과, 패트릭이 타시와 싸우고 아트와 그녀를 다 잃고 오랫동안 방황하며 하위권 대회를 전전하는 것은 둘 다 타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결승 게임에 이르러서야 둘은 그녀 없이 서로에게 집중한다.

“테니스는 관계다”라는 타시의 말처럼 테니스 공을 주고받는 것이 대화를 하는 것과도 같고 어쩌면 사랑을 하는 것과도 같아서 테니스도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테니스 게임을 보면 둘이 사랑하는 장면이 연상되고, 거꾸로 둘이 주고받는 대화나 사랑 장면에서는 테니스 경기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심지어 아트와 패트릭의 테니스 게임 장면을 보면 둘 사이도 연인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심리학적으로 타시는 그들의 마음 안에 있는 아니마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어릴 적의 순수한 열정이 식어가고 지치고 타성에 젖어서 마지못해 어떤 일을 한다. 이때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부분이 아니마이다. 물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야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일이 인생이고 예술이 되는 것이다.

그들 셋에게 테니스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직업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이자 삶이었다. 그것으로 그들은 관계하고 소통한다. 그것을 잊고 아트와 패트릭이 마지못해 이어왔던 테니스가 아니마인 타시의 도발로 살아난다. 그녀는 그들에게 테니스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들에게 열정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 기운을 받은 그들에게 둘만의 세상이 열린다.

코트에 마주 선 두 친구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가운데 있던 타시가 외친다. “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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