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letter 4
온아, 가끔 그런 생각한 적 있어?
마음이 눈에 보였으면 했던 적. 나는 너무 답답할 때면, 내 마음 속이 시끄럽다 못해 어지러운 것들로 꽉 차 있다고 생각이 들 때면 자주 그런 생각을 해.
내가 교사로 일할 때, 수화기 너머로 소리를 지르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참아내고 난 뒤엔[민원성 상담이라고 하지] 항상 했던 몇 가지 습관이 있어. 첫번째는 교실 뒷편에 항상 마련되어 있는 기차모양 연필깎이통 안에 쌓여있는 연필심과 부스러기들을 비우는거야. 벽에 깡-깡- 소리가 나도록 통을 세게 치면서 부슬부슬한 연필밥이 쓰레기통으로 와르르 쏟아지는 것을 봐. 두 번째는 칠판 지우개의 걸레를 좌악 뜯어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거야. 이것도 걸레 위에 빨래비누를 왕창 묻히고 팍-팍- 소리가 나도록 빨아야 해. 걸레끼리 살을 문대며 누렇고 검은 때를 물에 흘려보내는 걸 반복하다보면, 막 씻긴 강아지의 털마냥 축축하지만 보드라운 결이 느껴지지. 온 힘을 다해 비틀어 꾹 짜고 볕드는 창가에 걸어둬.
후! 이제서야 드디어 내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만 같아.
마음이란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 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최은영, <밝은 밤>
아.....
책을 읽다 이 구절을 우연히 발견하곤 나는 한참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어. 내 오랜 습관의 이유. 나와 같은 생각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해준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지. 너른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선분홍색 하트가 떠오르지 않니? 잘 마른,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그래, 나도 그런 마음이었을거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내 마음 대신, 나는 연필깎이통과 칠판 지우개로 내 마음을 비우고 씻어내고 싶었는지도.
빨래의 효능을 느낀 뒤, 나는 내 '마음 빨래'를 도와줄 글이나 노래가 있다면 무작정 모으기 시작했어. 노래를 들으며, 직접 손빨래를 하는거야. 내 손으로 문지르고, 쥐어짜고, 주무르고, 털어내고, 만지면서. 손에는 빨래가 쥐어져 있지만 나는 내 마음을 떠올리며 상상하지.
깨끗이 씻어낸다,
부드럽게 말린다,
좋은 향기가 난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새 사람이 된다.
자, 오늘 새로운 월요일을 맞이한 김에 우리 다시 새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때? 마음빨래를 도와줄 노래 중 몇 개를 골라 네게 추천해줄게. 오래 묵은 상처도, 세상이 준 무거운 짐도,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 어떤 것도 끝내 너를 더럽힐 수 없으니까. 내가 나를 그렇게 두지 않을테니까. 다시, 또다시 새롭게 될 너.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거야
슬픔도 억울함도 같이 녹여서 빠는 거야
손으로 문지르고 발로 밟다보면 힘이 생기지
깨끗해지고 잘 말라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말 다시 한 번 하는 거야
슬플 땐 난 빨래를 해
내 인생이 요것 밖에 안 되나 싶지만
사랑이 남아 있는 나를 돌아보지
살아갈 힘이 남아있는 우릴 돌아보지
뮤지컬 빨래, <슬플 땐 빨래를 해>
비누로 깨끗이 씻어내자
매일 아침 다시 태어나자
나쁜 마음 모두 벗겨내자
비누로 깨끗이 씻어내면
상처입은 것들을 다 씻어내면
그 속에 든 예쁜 마음이 보여
너랑 나랑 같이 비누하자
비비, <비누>
나는 오늘 이 노래들을 들으며 뛰어봐야겠다. 천천히 뛰고 땀도 많이 흘릴거야! 집에 돌아와서 땀 흘린 옷을 직접 빨아 널면 나는 좀 더 가벼운 내가 되어있겠지? 기대되는 아침이네. 볕이 좋은 하루였으면. 오늘도 행복하자, 좋은 하루!
로잔, 2025.
새 사람,
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