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운동
신경과에는 어르신이 유독 많다.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늘 하는 이야기는 "운동하세요"인데, 이 한마디 지키기가 그렇게나 어렵다.
1. 아이고, 선생도 이 나이 되어봐. 무릎 아파 못해~
2. 허리가 아파서 못해~
3. 날이 이리 추운데? (혹은 날이 이리 더운데?)
4. 걸음이 불안정하잖아~
5. 넘어질까 봐 애들이 못 나가게 해~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이유들을 대며 운동을 하지 못한단다. 그러면 나름 각자의 사정에 맞게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봐라, 하다 못해 훌라후프라도 돌려라, 누워서 다리 굴리기라도 해 봐라, 관절에 무리 가지 않는 수중 걷기 해봐라, 스텝퍼 같은 것을 이용해 봐라, 스트레칭이라도 해봐라, 이것저것 권고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각종 핑계와 투덜거림 뿐이라, 나도 결국 진이 빠져서 더 이상 권하지 않게 된다.
-네.. 그러시군요. 어쨌든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권고드렸어요!
로 일단락 짓지만, 이내 이어지는 씁쓸한 마음.
운동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하지 않는 나 역시, 하지 않는 이유는 많고도 많다. 실상 어르신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애 둘 케어하려면 시간이 안 나는데, 새벽에 나가려면 애들 깰 텐데, 이렇게 피곤한데 운동까지 어떻게 한단 말이야, 핑계는 차고 넘친다. 단 5분의 시간을 내어 집에 있는 폼롤러를 굴려도 좋을 텐데, 단 20분의 시간을 내어 집에 있는 로잉 머신을 이용하면 될 텐데, 의지가 박약하여 좀체 시간을 내지 못한다.
오래 살 각오를 해야 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장기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백세를 준비해야 한다. 병이 많은 사람들은 특징적으로 보행이 안 좋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등이 많이 굽으면 통증과 함께 다양한 질환들이 부수적으로 생긴다. 운동을 하더라도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불균형을 바로 잡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정하고 훈련해야 장기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마흔이 지나 좋은 점 하나는, 비교적 나 자신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수준을 알고 그에 맞춰 목표 설정이 가능하다. 의지가 아주 박약한 나는 나가서 러닝 해야지, 집에서 조정 기구 타야지, 홈트 해야지, 이런 식으로 계획한다면 안 할 게 너무도 뻔하다. 운동에 돈 쓰는 게 아까운 사람이니 돈을 들이면 하게 될 것이다. 내가 빼먹지 않고 성실히 운동에 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돈을 쓰는 것. (하하, 이 무슨 돈 쓰기 위한 신박한 논리람.)
올해의 새해 목표는 피트니스로 정했다. 정확히는 피지컬 피트니스. 밸런스가 잡힌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내는 일, 또는 그것을 위한 운동을 말한다. 일단 1:1 트레이너를 붙이고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냈다. 우선순위를 제일 위에 둔다면 없던 시간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신체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여기저기 소문내야 열심히 하지. 내 생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허리와 11자 복근을 사십 대에 한 번 만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