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은 힘들어
운동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잠을 많이 안 자도 피곤하지 않는 등 체력이 상승한 듯하다가 이내 다시 급감하였다.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몸을 운동을 하지 않던 때보다도 움직이기가 더 싫어졌다. 오후만 되면 잠이 쏟아졌고, 온몸이 노곤하고 움직일 힘이 나질 않았다. 왜 그럴까. 식단이 버거워서? 탄수화물이 부족해서? 운동량이 과해서?
때 되면 밥 먹고, 때 되면 위장에 뭔가 채워 넣곤 하는 내가, 모든 음식을 기록하고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일단 그 자체로 힘이 든다. 일일이 먹은 것을 체크해야 하고 미리 먹을 양을 정해 놓고 사진을 찍어 누군가(트레이너)에게 검사를 받는다는 것이 버거웠던 것 같다. 해본 적이 없어 귀찮기도 했고, 기왕 하는 거 예쁘게 찍어야 할 것 같고, 기왕 챙겨 먹는 거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할 것 같고, 생각 없이 많이 먹기라도 한 날에는 혼나기까지 하니,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건강해져 보겠답시고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바디프로필이다. 기왕 뭔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방법을 고심하던 중 떠오른 것이 직관적이고 가시적인 사진이었던 것. 3달 뒤로 예약한 '그 날짜'가 신체적인, 정신적인 스트레스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냥 목표를 구체화하려다 보니 정한 것뿐이에요.'였는데 어느덧 그것만이 목표가 되고 있었다. '기왕'이 문제다. '기왕' 찍는 거 적어도 최소한의 몸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 최소한의 체지방 감량과 최소한의 근육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 로 이어진다. 내려놓으면 몸은 편해지겠지, 하지만 내려놓으면 몸도 내려놓아야겠지. 그러니 '기왕' 시작한 거, '그날'까지 할 만큼은 해보자 싶은 거다.
식단을 관리한다고 하면 나타나는 주변 반응.
1. 네가 뺄 살이 어디 있냐
2. 건강 해친다, 먹고 싶은 거 먹어라.
3. 탄수 부족하네, 어플 써 봐라.
하아, 별 도움이 안 된다. 마른 체형에 특히 팔다리가 가는 탓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비난받기 십상이다. 간단히 논문 리뷰 하나 하고 트레이너 믿고 가기로 한다. 사진 하나 남기는 것도 힘든 마당에 어플에 하나하나 기록하는 건 더 귀찮아, 못 해. '복부가 제일 문제'인 나인데, 이 세상에는 뱃살'만' 빼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복부에 몰려 있는 나의 체지방을 없애려면 다른 곳도 같이 손볼 수밖에. 도대체 왜 뱃살은 가장 나중에 빠지느냔 말이다.
여러 다이어트 기법들이 있는데, 최신 트렌드인 간헐적 단식이란 어떤 원리로 각광받고 있는 걸까. 나 역시 말만 들었지 찾아보거나 시도를 해본 적은 없어 잘은 모른다. 일단 기본 원리는 '단식을 하는 공복 시간을 가진다'는 것인데, 단식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을 적게 하고 자유 라디칼을 줄여서 궁극적으로는 산화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10시간 이상 금식을 하면 간내 저장된 글리코겐이 모두 소비되고, 지방 내의 중성 지방이 자유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동하여 간 내에서 케톤체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케톤체가 공복 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주요 세포 경로에 작용하며 대사에도 영향을 주고, 다양한 세포와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전달물질로서 작용하게 된다.
결국 금식을 하면 8-12시간 내에 혈중 케톤체 농도가 증가하여 이를 이용한다는 것인데, 연관하여 단식의 시간을 설정한 다양한 방법론이 나온다. 5:2 단식, 격일 간헐적 단식 (altermate day fasting, ADF), 변형된 격일 간헐적 단식 (Modified ADF), 시간제한 식사 (Time-restricted eating, TRE) 등이 있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평소 나의 식습관이 7시 반 아침, 12시 점심, 17시 반 저녁이고 야식은 잘 먹지 않으니, 14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셈이었다.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을 하던 나였는데 요즘에는 저녁 운동 후 단백질을 더 챙겨 먹으라고 하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먹고 있는 상황이 되었달까? 내가 영양학 박사도 아니고 잘은 모르지만 '그날'이 지나고 나면 다시 예전 식습관으로 살아도 괜찮겠다 싶다.
온갖 다이어트 용품과 식품들이 넘쳐 나지만 나는 어서 끝날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어!) 제약 없이 맘껏 내가 먹고 싶은 것(이를테면 초코 브라우니)을 먹고 싶다. 먹는 것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 못 먹으니 보상적으로 더 먹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 가늘고 길게 지속 가능한 건강 식단을 할 수 있을 그날을 기다린다. 일단 뱃살부터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