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그림 노운 Mar 28. 2023

놀러 갔는데 헬스장을 왜 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사소한 계기


여행을 가면 늘, 아이들이 놀 수영장은 어떤지, 아이들이 놀 만한 공간이 있는지, 이런 것들 위주로 살폈다. 헬스를 시작하고 나니, 여행을 갔는데도 그곳의 헬스장은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운동에 진심인 한 연예인이 호텔을 가면 헬스장부터 가본다고 하더니, 아무 관심 없던 나도 이렇게 변하는구먼. '사람 잘 안 변한다'라고 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

 

하루는 그랜드 조선에 머물 일이 생겼다. 짐을 싸던 중 레깅스를 챙기고 있던 나를 발견하였다. 신발은 러닝화를 신고 나섰다. 남편은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을 것이다. '시간 나면 뛰려고~' 하면서 주섬주섬 챙겼다. 물론, 시간이 날 리 없다. 시간은 내야 생긴다. 한 번도 여행 중에 헬스장에 들른 일이 없었던 나인데, 자려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겨두고 헬스장으로 갔다. 오, 오션뷰다. 이 맛에 연간 회원권 3백이 넘는 돈을 들이는 건가 싶었다. 어떻게 보면 하루 만 원에, 이 경치와, 이 시설을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생각이란 이렇게 한 끗 차이다. 아니 어떻게 삼백씩이나 되는 돈을 매일 가지도 않을 운동에 쓴단 말이야! 했던 나였는데.



바다를 보며 뛰노라니 지상낙원이로다. 이미지 출처 : 그랜드 조선 공식 홈페이지



헬스장 입구에는 옷과 운동화가 무료로 대여가 된다. 그저 놀러 와서도 이용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했던 것을, 40년 세월 동안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이용도 하지 않았다. 들어갔더니 그냥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기구들이 즐비했다. 러닝 머신은 일단 터치가 된다. 화면이 나오고 TV도 볼 수 있다. 필라테스 방도 따로 있다. 비싼 대기구가 종류별로 있었다. 이곳은 입회 보증금 없이, 연간 회원권 450만 원에, 필라테스는 회원권을 가진 사람에 한해 1:1 개인 레슨 10회 77만 원이라고 한다. (23년 3월 기준)


서울의 기타 다른 호텔들은 어떨까. 2018년 기준으로 포시즌즈나 반얀트리, 롯데 시그니엘 등의 호텔에서 입회 보증금만 일억이 넘는 금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참고한 글 : https://brunch.co.kr/@prestigegorilla/153), 지금은 더 큰 금액을 내야 하지 싶은데, 투숙하게 된다면 꼭 경험해 보고 싶다. 왜 이전에 투숙할 때는 이용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놀러 가서 건강도 얻고 힐링도 하고 그야말로 일석 이조, 일거양득인 셈이 아닌가.




헬스장에 살짝 발만 담갔을 뿐인데,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졌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 새로운 것들이 다시 보인다. 내가 아이가 있기 전에는 노키즈존이 보이지 않았고, 임산부가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쏙쏙 들어오게 되었듯이 말이다. 예전에는 숙박을 한다 하면 그저 몸을 뉘어 잠을 잘 수만 있으면 되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게 되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처럼, 운동을 시작하니 또 새로운 관점에서 숙박 시설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뿐만 아니다. 헬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종류도 다양하며 대회도 자격증도 종류가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회만 해도 모든 근육이 다 보이게 하는 보디빌딩뿐 아니라, 최소한의 근육을 보여주되 라인 위주의 비키니도 있어, 각 대회별로 추구하는 목표 자체가 달라 준비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시니어 대회도 있어, 지금부터 관리 잘해서 출전을 노려볼까 싶은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최근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스포츠 지도사에 대한 언급이 나온 뒤로, 스포츠 지도사까지 관심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무궁무진한 세계들이 있나 싶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재미난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싶은 거지.


정말이지 헬스에 발만 살짝 담갔을 뿐인데. 브런치북까지 이어 낼 기세다.

어쨌든 나는 앞으로 내가 가는 모든 호텔의 헬스장을 다 이용해 볼 생각이다. 신난다.

이전 02화 미련한 곰탱이와 징징대는 토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