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린 아이들에게

봄꽃

by 희망블루스

이틀 내리 걷기를 빠지다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서 공원엘 무작정 나갔다. 이틀새에 비가 와서인지 전에는 눈에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걷는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한시간 남짓 공원을 돌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생각들이 정돈이 된다.

이런 순기능을 넘어서 오늘은 요녀석들까지 빠꼼 나와버렸으니 발걸음이 더 가뿐해지는 듯 했다.

하늘은 묵지근하게 내려 앉아서 곧 비가 올것만 같은데 이 녀석들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매화인지 벚꽃인지 정체를 모르겠지만 무작정 카메라로 찍었다.

그 옆의 산수유인지 생강나무인지 정체 모를 녀석도찍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노라니 운동중이던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오셨다.

"이게 무슨 꽃이예요?"

"글쎄요. 벚꽃인가요?저도 모르겠네요."

"하루 비가 왔다고 꽃이 이렇게 피다니 하늘이 하는 일이 놀라워요."

"그러네요.비 오려고 하니 얼른 들어 가세요."

"....."

웃음으로만 대답하시는 얼굴을 뒤로 하고 난 잰걸음으로 돌아왔다.

공원 출구 앞에 다다를 때즈음에 뒤를 한번 돌아 보았는데 그 아주머니는 여전히 이 나무 저 나무를 돌아 보고 계셨고 이미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흩어지고 있었다.

집에 빠르게 돌아왔을 때는 비가 어느정도 그쳐 있었고 나는 후회가 밀려왔다.

비 좀 맞으면 어떻다고 그리 어여쁜 아이들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냉큼 돌아 왔는지.

인터넷으로 사진 검색만 해 봐도그 아이의 이름을 알 수있는 세상에서 그 쉬운 것 하나 해 볼 생각을 못했다.

당장 몇방울 내리는 비를 피하려고 말이다.

아직도 세상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고 있는 영혼이라는 생각에 미치니 참으로 한심하다는생각도 들었다.

겨우내 봄준비를 하느라 고생한 아이들을 내일은 좀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

능력이 된다면 영혼을 교감하고 와야겠다.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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