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장미정원
주인 이모님은 갑작스러운 주문에도 뚝딱뚝딱 파전을 만들어주셨다. 여자는 파전 한 입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더니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나도 한 입 맛을 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자 포구에 사람들이 보였다. 외지인으로 보이는 4명을 낚싯배로 인솔하여 태우고 있었다. 아마도 선주인 듯싶었다.
"저기 낚싯배에 손님 왔나 봐요!"
"어디? 어머 진짜네. 그래도 다행히 아직 손님이 있긴 있나 부네."
그때, 주인 이모님이 찬합을 들고 낚싯배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선은 이모님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찬합을 선주에게 들이미는 듯 보였고 선주는 한사코 거절하는 모습이었다. 손님들이 간섭을 하니, 그제야 못 이기는 척 선주는 찬합을 받아 배에 실었다. 그렇게 배가 포구를 떠날 때까지 이모님은 배웅을 한 후 가게로 돌아왔다.
"이모! 누구예요? 아는 사람들이에요?"
"배 주인은 여그 사람인데, 오랜만에 손님 태우길래 파전 좀 싸줬어. 그냥 마침 한 김에."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던데 뭐 하러 그런 인심을 쓰셔!"
"...... "
별스럽지 않게 건넨 여자의 말에 주인은 당황하는 듯 보였다.
"맛있게 먹고 손님들한테 소문 좀 많이 내달라고 준거야...... 예전처럼 사람들 많이 오라고......"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 선주는 왜 뻗댄 거래!"
"그 아 성격이 원래 그래......"
주인 이모님은 대충 대화를 마무리하고 주방으로 가버렸다.
"어휴, 눈치 없이! 그 선주가 이모님 지인이면 어쩌려고 함부로 흉을 봐요?"
"지인이면 더 그러면 안 되지. 욕먹을 짓 했잖아."
우리는 조용히 파전에 막걸리를 연거푸 마시고 식당을 나왔다. 술을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없으니 마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그러나 이내 얼마 돌지 못하고 취기에 몸이 힘들어 방파제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넓었다.
"지원아, 난 모른 척해줄 거야."
"뭘요?"
"너를!"
"뭘 아는데요?"
"안 가르쳐 줄 거야."
"에휴! 언니도 좀...... 용건 없을 땐 입도 좀 쉬게 해주는 건 어때요?"
"나 진짜 알아. 너의 컵라면과 소주의 의미를. 담배도 원래 피던 거 아니지?"
정말 뭘 알고 말하는 건지, 언제나처럼 실없는 이야기인지 아리송했지만, 뜨끔하긴 했다.
"죽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온 건데 티 났나요?"
술기운에 툭 하고 마음속의 이야기를 던져 버리고 말았다. 이 사람이 알든 말든 어차피 상관도 없으며, 어쩌면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왕 눈치챘다면, 왜 죽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한 번 말해볼래요?"
"어후 머리야! 머리 아파."
여자는 두통을 호소하더니 귀를 막으며 옆으로 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와, 무슨 술이 이렇게 약하냐..... 언니! 일어나 봐요. 특별히 내가 얘기해 줄게요."
정신은 멀쩡했지만 나 역시 취기가 잔뜩 올라온 상태였다. 지금의 상태라면 한 번쯤은 나의 안에서 밖으로 이 말들을 쏟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에게라도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다. 취기를 핑계 삼아 바다에게라도 주절주절 말하고 싶었다.
"로미야, 엄마는 정말로 단 한 번도 엄마의 인생이 너보다 소중한 적은 없었어. 우리 로미가 두 번째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혹시라도 미희 엄마 말처럼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떠났을까 봐...... 너무너무 겁이 나. 덜 사랑받았다고 생각할까 봐...... 덜 소중했다고 느꼈을까 봐..... 너무너무 보고 싶고 너무 그리운데, 미안해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겠어. 그럴 자격도 없는 것 같아서......"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랬다.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한 내 안의 진실 한 귀퉁이. 어떤 자괴감이 미희 엄마의 그 가당치 않은 패악을 무시해버리지 못하고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내 안에서 나는 아니라고 소리 지르며 발악해 보지만 진정으로 나는 나에게 얼마나 당당한가! 왜 그 몇 마디 말에 이렇게 오랫동안 휘둘리는 것일까. 회환에 잠겨 소리 내어 우는 것조차 허락하지 못하는 박한 신세가 되었을까.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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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아! 일어나, 가자!"
성정 언니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어느새 바다는 붉게 물들고 있었다.
"언니, 일어났어요?"
"네. 전 진즉에 일어났고요. 그대만 일어나면 됩니다요.. 집에 갑시다."
"괜찮아요?"
"푹 잤는지 개운하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어. 저기 입구까지 걸어온 건 기억이 나는데. 완전히 취했었나 봐."
"나 많이 잤어요?"
"언제 잠들었는데?"
"글쎄요. 언니 잠든 거 보고......"
"야! 너는 내가 잠들었으면 나를 지키고 있어야지 너도 같이 자면 어떡하니?"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나도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잠들었나 봐요."
"담부턴 잘 좀 지켜줘. 내가 언제 어디서 쓰러져 잠이 들지 모르는데."
"기면증 있어요?"
"아니."
"내가 왜 언니를 지켜요? "
"나한테 신세 지고 있잖아. 신세를 갚아야지."
"노동으로 충분히 갚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지! 그건 또 다른 거지!"
우린 그렇게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가며 차가 있는 포구 쪽으로 걸어갔다. 해 질 녘의 포구는 더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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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먹고 들어갈 요량으로 지우네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 꺼진 가게들 사이에 혼자 외롭게 지우네 식당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낮에 보았던 선주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찬합을 내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놀라서 식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선주는 이모님에게 버럭 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이런 거 하지 말랬잖아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여기서 장사하면서 내 속을 뒤집어 놓을라고 하는 거예요!"
선주의 포악질에도 이모님은 아무런 대꾸 없이 주섬주섬 흐트러진 찬합만 정리할 뿐이었다. 선주는 이모님의 그런 모습을 보다가 자기 성질에 못 이겨 테이블을 뒤집어 버렸다.
"어머! 이 사람이 미쳤나 봐!"
언니는 소리를 지르며 선주의 앞을 막아섰다. 나는 이모님을 일으켜 세웠다.
"뭐야! 당신들은. 그럴만하니까 그러는 거지! 모르면 참견하지 말고 가던 길 가!"
"참견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참견을 안 하지! 맛있는 음식 잘 처먹었으면 고맙다고 곱게 인사나 하고 가지, 어디 술 처먹고 와서 행패야?"
선주는 주먹을 쥔 채로 언니를 위협했다. 하지만 언니의 기세는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나는 상황이 너무 무섭기도 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이모님만 부축하고 있었다. 그때 이모님이 선주를 막아섰다.
"알았어, 창섭아 알았다고! 그러니깐 그냥 가.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그러니깐 제발 오늘은 그냥 가. 제발......"
이모님은 오히려 그 선주에게 사과를 하며 사정을 했다. 남자는 포효하며 테이블을 거세게 발로 차고는 식당을 떠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아니, 뭐 저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언니 역시 너무 흥분하여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이모님은 그저 말없이 쓰러진 테이블을 일으켜 세우려고 힘을 썼다. 이모님의 얼굴 표정으로는 어떤 심정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담담해 보이기도 했고, 지친 기색도 보였고, 무엇보다 어떤 말도 없었다.
"이모님, 이건 저희가 정리할게요. 잠깐 앉아서 쉬세요. 언니! 이것 좀 같이 하자......"
"이모!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가만히 당하고 있어요? 아까 파전 줄 때부터 알아봤어! 저런 새끼는 뭘 해줘도 고마운 줄도 모르고......"
"언니!"
나는 언니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모님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언니도 화를 참고 나와 함께 테이블을 정리했다.
"이모! 여긴 우리가 치우고 있을 테니깐 저녁밥이나 준비하셔. 어서 들어가."
이 와중에 무슨 저녁밥을 달라고 하는 거지?라는 마음에 이상한 눈빛으로 언니를 보았다. 이모님은 입술을 앙 다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긴, 언니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면 이모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을 것 같다. 언니는 진심으로 속상해 보였다. 본인이 당한 것처럼 눈물이 그렁한 표정으로 흐트러진 가게 안을 정리했다.
잠시 후, 저녁상이 차려졌고 우린 말없이 밥을 먹었다. 여전히 이모님은 입구 쪽에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계셨고 언니는 말없이 밥만 먹었다. 무언가 나만 다른 공기 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공격을 당하고 미안하다고 하는 이모님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자기가 공격당한 것처럼 화가 난 언니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르고 둘만 아는 무언가 있는 것일까? 양쪽의 눈치를 살피며 밥을 먹느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 먹었으며 가자!"
"아, 네......"
"이모! 오늘은 우리가 여기 다 치워줬으니깐 3000원 깎아주세요."
이모님은 그제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깐 사정도 모르고 막 소리 지르고 뭐라고 해서 미안해요."
언니의 천연덕스러움에 이모님의 얼굴에서 근심이 사라졌다. 나도 덩달아 옅은 미소만 전하고 언니를 따라나섰다. 언니의 감정 기복이 분위기 전환에 한몫을 제대로 한 것 같았다.
가게를 나와 언니는 갈 곳이 있다며,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언니의 분위기에 압도 당해 딴지 걸지 않고 말없이 따라나섰다.
"근데, 이모님...... 혹시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아는 거예요?"
"아니 몰라."
"근데 아까 사정도 모르고 화냈다고 사과한 건 뭐예요?"
"사정이야 모르니깐 모른다고 한 거고, 화를 낸 건 미안하니깐 미안하다고 한 거고! 에휴...... 사정없이 그런 미친 새끼를 가만히 보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 그럴만한 그들만의 사연들이 있겠지."
"아...... "
******
언니는 성큼성큼 길을 따라 걷더니 지구대 앞에 멈춰 섰다. 지구대 실내는 불이 켜져 있었는데, 입구는 잠겨 있었다. 입구 옆에 벨과 전화기가 있었다.
'뭐지? 불안하게. 설마 선주를 신고하러 온 걸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 심히 걱정이 되었다.
"언니. 뭐 하려고요?"
"확실히 해둬야지. 아니! 아무리 동네가 작아도 그렇지, 어떻게 지구대에 경찰이 없을 수가 있니! 이거 어디에 민원을 넣어야 하는 거야!"
언니는 지구대 입구에 있는 호출벨을 쉼 없이 눌러댔다.
"무슨 일이세요?"
언니와 내가 돌아보면 경찰관이 서 있었다.
"여기 경찰관이세요?"
"네."
"아니! 어떻게 파출소에 경찰이 없을 수가 있어요?"
"죄송해요. 밥 좀 먹고 오느라, 들어오세요!"
경찰관은 우리를 슬쩍 훑어볼 뿐 별다른 내색 없이 문을 열어 안으로 안내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많이 기다렸어요?"
"기다리다.마 다.요!"
언니는 버럭 짜증을 냈다. 경찰관과 나는 당황스러운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래서 치안 유지가 되겠어요?"
언니는 날 선 말투로 경찰관에게 따지듯 물었다. 나는 일행이 아닌 척 대기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뭐, 보시면 알겠지만 치안이고 뭐고 여긴 뭐가 없어요. 사고도 없고, 사람도 없고."
"그렇게 안일한 태도로 임하니깐 매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그래서 소 잃었어요? 아니면 어디서 뺨 맞았어요? 지구대는 화풀이하는 곳이 아닌데!"
"뭐라고요!"
언니의 억지나 경찰관의 비아냥이나 도긴개긴이었다.
경찰관도 함께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평정심을 찾기 위해 크게 한숨을 쉬며 애써 침착한 말투로 언니를 보며 말했다.
"집성촌처럼 어지간해선 우리는 서로 다 잘 알아요. 여기는 특별히 사고가 일어날 곳이 아니에요. 혹시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사고 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특별한 게 없어요."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요!"
"다시 물을게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경찰관도 만만찮은 자세로 흔들림 없이 언니를 상대했다.
"일전에 저희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는데, 그 범인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 좀 하려고요!"
"그렇습니까? 주소가 어떻게 되는데요?"
"샘마로 79에요"
'응? 갑자기? 나한테 일언반구 없이 느닷없이!'
물론 나도 궁금은 했지만 지구대에 와서 확인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 그 사람은 훈방조치 되었어요."
"뭐라고요?"
"신원도 확실하고, 전과도 없고. 반성도 하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하고 해서, 집으로 보냈어요."
"구속시켰어야죠."
"아니 무슨 컵라면 1개 훔쳐 먹었다고 구속을...... 배가 고파서 그랬다잖아요."
"경찰관님 라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씀하시네요!"
"요즘 시대에 장발장도 아니고...... 라면 훔쳐먹었다고 너무 야박하게 구시네요."
"시골이라고 인심도 후하시네, 무슨 신부님이신 줄! 그냥 훔친 것도 아니고 몰래 여자 혼자 사는 곳에 무단 침입? 뭐 그런 상황이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신 게 아닌 그런 의구심이 생기네요."
"우린 매뉴얼대로 했습니다. 처리에 불만이 있으면 정식으로 민원 넣어주세요."
"아니! 민중의 경찰이 선량한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머 이렇게, 묵사발로 무시해도 되는 거예요? 됐고! 그럼 그 넘 사는 곳이라도 알려주세요!"
"매뉴얼대로! 정식으로 민원제기 하세요!"
언니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팔짱을 낀 채로 씩씩 거렸다. 경찰관도 더 이상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만지며 본인의 업무를 하는 모양새였다.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언니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왜 그런 거예요?"
"뭐가?"
"상황자체가...... 물론 훈방조치는 나도 꺼림직하긴 했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다짜고짜 따지니깐...... 경찰관도 무슨 악성 민원 처리하는 것처럼 고개 절레절레 거리는 데 옆에 있는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어요."
"내 말이 틀렸어?"
"틀렸다기보다는 너무, 아...... 뭐랄까. 그래도 경찰관님의 라면이 아니라고, 이런 식의 표현은 너무 부끄럽지 않아요?"
"그게 왜!"
"입구에 있을 때부터 썽이 잔뜩 나 있었어요. 경찰관이라고 그걸 못 느꼈겠어요? 당연히 되지도 않는 소리 하는구나, 하고 무시하기 십상이지."
언니는 이를 바드득 갈면서 화를 삭이고 있었다. 내가 말이 너무 심했나 싶은 생각에 아차, 싶었다.
언니는 눈을 감고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크게 했다.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려고 한 건데 민중의 경찰이라고 했어, "
"그게 왜여?"
"어디에서 봤는데, 경찰관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민중의지팡이래. 그 단어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에휴, 됐어요. 그만 가요."
"되긴 뭐가 돼? 너 아까 내가 선주랑 싸울 때에도, 경찰관 하고 붙었을 때에도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네?"
정말 예측이 어려운 상대이다. "썽"을 부릴 대상이 내가 된 것인가!
"내가 날 지키라고 했잖아. 앞으론, 내가 쓰러져 잠들 때에도 누군가와 그렇게 싸우다가 위험에 처했을 때도 항상 날 지켜!"
"그러지 마요."
"왜 싫어?"
"아니, 난 누굴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리고 전혀 위험에 처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냥 좀 지켜줘!"
집으로 가는 길,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고 피곤한 것이 속을 뚫어 줄 시원한 까스활명수가 간절하게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