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서툰 중년에게 권합니다
"진정한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랑에 대한 신중한 태도다"
- 버트런드 러셀
남편과의 초기 연애시절,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부부를 연애하듯 알콩달콩 살게 하는데 크게 일조한 것은 술이다. 같이 맛있는 음식에 술을 곁들여 먹으면 행복감이 퐁퐁퐁 솟아난다. 그리고 술 마셨기에 가능한 웃기는 행동도 덤으로 즐길수 있어 더 삶을 유쾌하게 만드는 것 같다. 참고로 나는 남편과 맛난 음식에 곁들인 술기운으로 거나해질 즈음이면 종종 춤인지 흉내인지 모를 다소 개그맨같은 행동들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곤 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 조상인 침팬지가 인간으로 직립보행을 하느라 점차 허리가 펴지며 일어나는 과정을 거꾸로 재현하는 것이다. 몇년전 어느날 쇼파에서 맥주를 마시다 남편 눈치를 보며 맥주캔 하나를 더 가져오러 주방 쪽으로 사라지면서 직립보행에서 침팬지가 되는 과정을 나도 모르게 흉내내었다. 남편이 쇼파에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요절복통했음은 물론이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때 그때 나오는 특이한 동물이나 사람 흉내를 내기도 하고 때론 쪼쪼댄스도 추어 분위기를 유쾌하게 하는 마력, 그것은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의 힘이다.
"연애 초기 술을 권하는 이유"
이야기가 좀 샛길로 빠졌는데, 나는 중년에 연애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정말 술을 권하고 싶다.
중년이 되면 중년 특유의 근엄한 분위기가 자꾸 연애 분위기를 서먹하게 만든다. 서로 너무 점잖아지고 혹여나 거절당해 자존심 상할까봐 눈치보는 식의 답답한 데이트가 되기 쉽다. 특히 중년엔 청년시절에 비해 기분이 쉽게 업되지도 않아 기분을 다소 즐겁게 업시켜주면 스스로도 즐겁다. 너무 흐트러짐 없이 좋은 면만 보여줄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지만 말고, 다소 느슨한 분위기에서 진솔한 대화를 풀어나가는게 더 낫다고 단언한다. 특히 만남 초기에 술을 같이 마시며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느냐가 관계 발전의 관건이 될수 있다.
해서 나는 술을 잘 못마시는 사람도 좀 노력해서 연애 초기라도 조금은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저는 술은 못마셔요'하고 싹뚝 자르지 말고 한두잔 정도는 같이 마셔보는게 어떨까? 실제 내 주위에 연애를 잘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술을 잘 못마시거나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늘 또렷한 정신으로 이성을 만나니 대화도 늘 딱딱하고 너무 이성적이어서 서로 연인으로 가까워지지 못하는 듯하였다. 늘 또렷한 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일에는 생산적일지 몰라도 타인과 가까워지는데는 도움이 별로 안된다고 단언하고 싶다. 요즘 좋은 숙취해소 음료도 많이 나왔고, 밀크시슬 같은 간 보호 영양제도 많으니 술 못마시는 사람들은 미리 복용해서 간과 위를 보호하면서 연애를 술과 함께 시작하라고 진심 조언하고 싶다. 정말 술 한잔만 마셔도 죽을 것 같은 사람 아니면 술을 연애에 잘 활용하라고 진정으로 조언한다.
"술 덕분에 서먹하지 않았던 첫 연애와 그 후"
나는 남편과 처음 만난 날부터 술을 마셨다. 조용한 일식집 룸에서 만났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셋은 술이 몇잔 들어간 상태였다. 나이 들어 만나는 거라 더욱 서로 서먹하고 쑥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수 없는데 이때 적당히 들어간 몇잔의 사케가 그런 서먹함을 날려주었다. 그렇게 보다 편안한 상태가 됐기 때문에 2차 생맥주 집에 가서 단둘이 마주하게 됐을 때도 여러번 만났던 사람들처럼 편안했다. 술잔을 부딪히며 주저리 주저리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에도 우린 계속 식사를 하며 술을 같이 곁들였다. 술 한잔이 들어가면 서로 지나온 세월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라 할 말은 끝이 없었다. 이때 이미 우리는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음식과 술이 행복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중년 연애는 청년 연애와는 다르게 시작이 어려운 측면이 많다. 일단 서로 만날 기회 조차 많지 않은데 만나고도 서로 너무 젊잖고 생각이 많아, 그리고 거절당해 자존심 상할까봐 어정쩡하게 다가서지 못할 때 술이 둘의 관계를 이어주는 마법을 선사해줄 수 있다. 알싸한 술 기운과 함께 더 알싸한 사랑이 성큼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