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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를 기다리며

출산, D-1

by 강시루 Oct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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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17일,

둥둥이를 기다리며  

  

내일은 둥둥이를 만나는 날이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보낸 여러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빠가 되어 있을 내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다만 지금은 아내가 임신 기간을 안전하게 보냈다는 안도감, 내일이면 둥둥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둥둥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교차한다.


곧 부모가 될 우리 부부는 둥둥이를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한다. 하지만 둥둥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우리가 살아온 날들과 너무 다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요즘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조차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 이어서다. 부모로, 둥둥이 보호자로 막연하게나마 드는 생각은 내가 겪어 온 많은 어려움을 둥둥이가 아무쪼록 덜 겪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마,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나와 아내가 부모 세대로부터 받은 좋은 것들은 둥둥이에게 전해주고 둥둥이가 되도록 겪지 않았으면 하는 세상의 어둠은 피하게 하고 싶다. 만삭으로 몸이 무거워진 아내가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버텨냈다. 감사하다. 둥둥이와 함께 한 10개월,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큰 건강상 문제를 겪지 않고, 임신 기간을 지나온 것은 정말 행운이다. 아내의 임신, 출산을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다.


잡아두고 싶은 감정과 생각이 모두 옮겨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대로 날아가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둥둥이가 나, 우리 부부의 삶에 들어오면서 최소한 나는 '최선을 다해' 세상의 잣대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둥둥이가 자신에게 관대하고, 마음 편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외부에 드러나는 '어떤 것'보다는 자연인으로 내가 얼마나 건강하게, 건전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느냐에 집중하고 싶다.


보편적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겠지만 둥둥이가 살아갈 세상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용인될 시대일 것 같아 조금은 기대가 된다. 적어도 나는, 둥둥이가 세상에서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으로부터 일종의 배신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새 생명의 탄생을 앞두고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사실 지금은 둥둥이가 건강하게 우리에게 와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둥둥아, 우리한테 와줘서 고마워. 앞으로 엄마, 아빠가 잘 보살펴 줄게. 든든한 엄마가 잘 지켜줄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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