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아기
22년 8월 21일,
둥둥이 면회
오늘은 둥둥이가 태어나고 4일째 되는 날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이를 직접 볼 수 없어 신생아실에서 둥둥이를 잠깐씩 봤다. 하루 중 면회는 오전 10시에서 10시 반, 오후 3시에서 3시 반, 저녁 8시에서 8시 반 총 3차례 가능했다. 그런데, 면회라는 것도 신생아실 유리창으로 요람에 담겨 있거나 간호사 품에 안겨 있는 둥둥이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건한 의식과 같은 면회를 위해 나는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단단히 챙겨 썼다. 아내는 수술로 몸이 무거웠지만, 힘겹게 신생아실로 갔다. 병실과 신생아실은 엘리베이터로 가면 금방이었다. 하지만, 환자가 몸을 움직여 가기란 쉽지 않았다. 아내는 수술로 병실에만 있어야 해서 둥둥이를 직접 본 것도 손에 꼽았다. 내가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을 보거나, 핸드폰 앱으로 요람에 있는 둥둥이를 캠으로 본 게 다였다.
분만 방식에 따라 산모의 컨디션은 천차만별이다. 일단, 아내는 제왕절개로 분만을 했기 때문에 수술 후 이틀 정도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평소에도 힘든 내색을 거의 하지 않아 잘 알아채지 못했는데, 병실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불러 아내가 씩씩하다고 했다. 자기가 남편 앞에서는 아픈 척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영 그런 타입이 아니라며 나에게 옆에서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가 머문 병원은 외래진료실, 수술실, 병실, 조리원이 한 건물에 있었다. 신생아실에 가면 같은 날,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한 산모는 직접 아이를 보러 오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아내는 첫 면회 때, 배 속에 있다 밖으로 나온 둥둥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뒤에 서 있어서 조금 지나고 나서야 이를 알아챘다. 아마, 내가 수술이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 품에 안겨 있는 작은 생명체를 보고 든 벅찬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너무 작았다. 살면서 아기는 어떻게든 종종 볼 수 있지만, 신생아를 보는 경험은 정말 흔치 않다. 생각해 보니 나도 신생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은 얼굴 안에 눈, 코, 입이 모두 있다.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보고, 또 봐도 경이로울 뿐이다.
둥둥이 면회는 2~3분 내외로 매우 짧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기에 오래 붙들고 둥둥이를 볼 순 없었다. 대신에 사진과 영상으로 아이를 찍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매번 둥둥이에게 눈길이 멈춰 휴대폰을 든 손은 허공을 맴돌았다. 동영상 모드로 휴대폰을 들고 둥둥이를 찾지만, 이내 휴대폰 초점은 다른 곳을 향했다. 둥둥이를 눈에 더 오래 담으려고 둥둥이를 보다 카메라 초점은 흔들리고 말았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아이의 모습을 잘 담지 못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에 담긴 영상 간 괴리는 꽤 컸다.
2주 일찍 세상에 나온 둥둥이는 매우 작았다. 배속에 있을 때도 의사 선생님이 작은 아이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만 정말 작았다. 고슴도치 아빠라 그런지 아이의 눈빛은 또랑또랑해 보였다. 감사하게도 둥둥이는 건강했는데, 간호사실 선생님이 전하기로는 체구는 작지만 가장 잘 먹고 야무지다고 했다. "둥둥아, 오늘도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잘 먹고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