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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샤 pacha Mar 03. 2022

프롤로그

 지난해 봄 중국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에 번지기 시작하자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났다. 이탈리아를 뒤따라 프랑스는 전 국민을 상대로 감금 조치를 내렸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감금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무섭게 번지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혹독한 전염병이었던 페스트가 코로나와 자주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우선 어렴풋이 알고 있던 페스트를 제대로 알아보자는 데 관심이 쏠렸다. 페스트를 제대로 알면 전염병의 전개며 여파를 파악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로나에 대해 무언가 판단할 근거가 생길 거라고 보았다.


 코로나가 치사율이 낮고 페스트나 콜레라 같은 난폭성은 덜해도 전염성은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더 세다. 바로 그 점이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코로나 방역에서는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이동과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물론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럽 대부분 국가는 공조를 하고 같은 방법을 쓴다. 심지어 서로 눈치 보고 비교도 한다. 감금 조치와 야간 통행금지. 이런 중세적 대책 이외에 다른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또 엉겁결에 당한 감금 조치와 야간 통행금지를 겪으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지금까지 전염병에 대한 연구는 주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접근이었다. 내가 쓰는 글은 이런 학술적인 접근은 아니다. 페스트 시절 죽음마저도 집단적이었 듯이 코로나도 개인보다는 집단이 겪는 재난으로 비친다. 인류한테 공포의 상징으로 남은 페스트와 코로나를 겪는 개인이 전염병에 어떻게 반응하나 하는 시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먼저 1권에서 페스트와 관련해서 발생과 대책, 병인 규명의 역사를 간추려 보았다. 그런 다음 중세 흑사병 가운데 가장 유명한 피렌체 페스트의 산물인 [데카메론]을 소개하였다. 피렌체 페스트에 상응할 만한 유럽의 마지막 대규모 페스트인 마르세유 페스트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공포의 흑사병에 반응한 예술 형태인 춤추는 죽음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또 전염병에서 널리 사용된 통금 조치의 역사도 살펴보았다.


 2권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어 이 기간 동안 읽은 책 몇 권을 소개하였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걸작을 소개하면서 문학 텍스트에 비친 전염병과 개인의 자유 제한이라는 측면을 부각해 보았다.


 3권에서 코로나 방역과 관련하여 독일과 프랑스의 비교, 프랑스의 마스크 대란, 그리고 통금 기간의 생활을 스케치해 보았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동이나 외출, 행동 양식, 경제 활동과 자유의 속박 등을 나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케치해보았다.


 각 장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전염병이라는 주제로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읽을 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관심 없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건너뛰고 다시 호기심이 생기면 되돌아와 읽어도 좋다.


 코로나가 내린 변종 바이러스 같은 글이라 코로나가 끝나면 아무도 읽지 않을까 보아 서둘러 끝맺는다. 일 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매달린 이 일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그와 때맞추어 코로나도 물러갔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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