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애정은 서로를 기반으로 숨을 유지한다. 관심이 생기면 자꾸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애정이 자란다. 애정이 있으면 계속 관심을 주게 된다. 친구가 다육이의 가지를 조금씩 잘라서 분양해 줬는데 내가 받은 화분은 불쌍하게도 말라버렸고, 함께 받은 다른 친구의 다육이는 엄청 자라서 벌써 몇 개째 다른 화분에 옮겨 심었단다. 한 몸이었던 형제의 운명이 이렇게 다르다니 관심과 애정의 유무가 이리 중하다. (내 화분 편히 잠들길)
모든 시험장은 가능성을 어필하는 자리다. 무언가 더 가진 게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들어야 한 번 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 낮은 전형일수록 지원자가 많으니 가능성을 어필하려면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없는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이 시험의 핵심이다. 아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전해 들은 바, 누구는 스스로 우는 모습이 예쁘다며 시험장에 또르르 흘러내릴 눈물방울을 장전해갔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른다) 남들과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어떤 걸로 눈에 띄어서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성공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취약하다. 무기랍시고 가져갔는데 자충수가 될까 염려했고 남들은 바주카포를 꺼내는데 새총을 꺼낸 적도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2차 시험장에 5명의 지원자가 들어갔는데 나만 개인 질문을 받지 못했다. 이게 그 유명한 악플보다 비참하다는 무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순간적으로 나에게도 질문해 달라고 해볼까, 하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가 싶어 그대로 시험장에서 나왔다. 이건 물어볼 것도 없이 마음에 들거나, 물어볼 거리도 없는 노관심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다른 때에 비해 결과를 기다리는 게 더 힘들었다. 결과는 탈락이었고 내가 정말 손톱만큼의 관심도 유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쉽게 얻은 기회도 아닌데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 걸 후회도 했다. 기회를 주든 안주든 능동적으로 관심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뜨겁게 체화했다.
다른 3차 시험장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받았는데 무플보단 차라리 악플이 낫다는 뼈저린 경험을 한지라 몹시 신났다. 이것저것 질문과 즉석 과제를 받아서 기대했지만 결과는 무관심 때와 같았다. 탈락의 이유는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관심용 아이템이 약했고, 경쟁자보다 실력이 떨어졌겠지. 그러므로 정답은 이렇게 된다. 시험장에 관심을 유발하는 무기를 반드시 장착하고 입장해야 하나, 그 무기는 오로지 긍정적인 관심만을 유발해야 한다. 다른 지원자가 너무 강력한 걸 꺼낸다면 즉석에서 내 무기를 강화해야 할 때도 있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피어오른다면 환기할 거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가능성의 끝에는 내가 할 일의 능력치를 드러내게 되고, 쌓여있는게 많을수록 당당하게 선택될 것이다.
TV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심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 보이는 초연하고 쿨한 지원자가 역설적이게도 심사위원을 사로잡는다. '나는 그냥 내 걸 보여주고 간다.'로 보이는데, 사실 가장 부럽고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에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최선은 어느 정도이며, 그 정도 최선을 만들기 위해 얼만큼 노력했을까? 그런 사람은 실력자체가 관심이 되고, 어필이 되고, 장착한 무기가 된다. 다음 걸 보여주기 위한 관심용 무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가장 좋은 무기만으로 승부한다.
애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기적인 관심은 사람을 지치게 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힘도 있다. 희망고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확실하게 선택받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게 누군가에게는 수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까? 정확한 그라운드를 가지고 자라나는 느낌을 받고 싶다. 역시나 무플과 악플을 넘어서려면 무기의 계발과 개발이 동시에 필요하다.
내일은 되겠지 오늘은, 일단 계발과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