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꼬지마

by 호이

오늘의 신청곡 : 다리 꼬지마


앞뒤 안 가리고 다리 치켜들고 반대 다리에 얹어

다릴 꼬았지 아니꼬왔지

내 다리 점점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하는 이 기분


곡 악뮤 / 작곡 작사 이찬혁




뿌린 대로 거두게 되리라는 말을 믿는다. 카르마, 인과응보, 종두득두, 원인과 결과. 과학에서도, 종교적 가르침에도, 철학서에도, 요즘 출간되는 자기 계발서에도 법칙처럼 쓰여 있으니 진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물론 뿌린 '만큼'을 거두는지는, 짧다면 짧은 생을 사는 나로서 잘 모르겠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생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면 뿌린 만큼을 그대로 거두게 될까. 알 수 없지만 분명 콩을 심은 곳에서 팥이 나는 일은 없으니 사는 동안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에 반기를 들 순 없겠지.


그걸 알면서도 왜 다리를 꼬는 걸까? 중력의 세계에 사는 주제에 한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쪽을 중심으로 몸이 돌아가겠지. 이보다 확실하게 깔끔한 인과가 없다. 한때는 그냥 내키는대로 꼬고 몸이 좀 한쪽으로 기울거나 돌아간 채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었는데, 문제는 다리 길이가 달라지면서 허리가 아프고 어깨 높이도 달라지면서... 그래서 안 꼬겠다고 다짐했고 분명 결심도 했던 거였지. 근데 지금도 꼬고 있지. 그래 실컷 꼬고 있자. 운동하러 가면 선생님이 고통스러운 교정운동들로 근육을 늘리고 뒤틀어서 겨우 다시 아주 조금 교정해 주실 거야.


다리 꼬는 (나쁜) 버릇이 없는 사람은 꼬라고 하면 오히려 벌 받는 듯 불편하다는데 정말일까? 꼬는 게 불편하다는 생각을 주입시켜서 뒤틀린 나무토막마냥 틀어진 내 답 없는 몸을 회복시켜 주시려는 선생님의 훌륭한 교육 전략이지 않을까? 꼬는 게 이토록 안정감 있고 편한데 몸이 이 자세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안 꼬면 왠지 허전하고, 뭔가 해야 할걸 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제 몸도 틀어진 골반에 맞게 진화한 건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거라고 다시 한번 느낀다. 몸에도 안 좋고, 편하지도 않은 자세를 나도 모르게 몇 시간이고 유지하다가 퍼뜩 '이미 해버렸다'라고 깨닫는 한 발 늦는 꼴이라니. 사람은 참 모순적인 존재인 것 같다.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보내고,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못 할 게 없어' 보이는 의지의 생명체이면서 나도 모르게 야금야금 생긴 습관에는 매번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걸 보면. 하긴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것도 가능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면 외로움에 떠는 게 인간이니 원래 인간이 모순의 집합체일지도. 아마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른 채 습관이기 때문에 습관인 줄도 모르고 하고 있을 많은 것(?)들. 아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을 테니 색출해 내기도 어렵겠다.


아무 생각 없이도, 무심코,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하면 좋을 것들이 참 많은데 그런 것들은 왜 저절로 습관이 되지는 못할까? 좋은 면을 보기, 좋은 점을 찾기, 다정하기, 배려하기, 용서하기, 좋아하기, 사랑하기. 습관으로 하다 보면 과연 내가 거두게 될 결과들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데. 사랑을 심은 곳에는 사랑이 날까? 다정함을 뿌리는 사람은 다정함을 거두는지. 아직 모르겠다. 다리 꼬는 습관이나 다리 안 꼬는 습관으로 바꿔야지. 카르마 잊지 말자. 계속 꼬고 있다간 휘어진 척추, 골반과 함께 눈물과 후회의 교정운동밖에 거둘 것이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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