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by 호이

오늘의 신청곡: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솔직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곡 로이킴 / 작사 작곡 로이킴




즐겨 듣는 노래 목록을 보면 반은 사랑노래, 반은 이별노래다. 어쩌다 아닌 곡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아마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가 크게 보면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설레고 사랑하고 헤어져 울고. 많고 많은 사랑노래의 가사를 보다 보면 사랑에 이렇게 많은 장면과 감정이 담긴다는데 놀란다. 사랑이란 지극히 통속적이면서 한없이 순수한 무엇인 것 같다. 이별도 그렇겠지. 어찌 보면 다 비슷하고 그러면서도 누구의 것 하나도 같지 않다. 누군가는 이별해서 '신촌을 못 가'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헤어지고도 '죽어도 못보내'고, 또 어떤 이는 먼저 '헤어지자 말해'달라고 하며, 누구는 '나의 눈물이 네 뒷모습으로 가득' 고이도록 운다.


나의 사랑과 나의 슬픔을 말하기 위해 다양한 비유가 동원된다.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고, 네가 너무 좋아서 '네 방에 침대가' 되고 싶고. 그래서 노랫말은 마치 한 편의 시 같다.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무언가로, 때로는 가장 잔인한 어떤 것으로 빗대어진다. 그런 노래들 가운데 오늘의 신청곡 후렴구는 치 누군가의 물음에 한 답변 같다. 어느 잡지 인터뷰 한 편에서 볼법한.


Q. 당신에게 사랑이 무엇인가요?

A.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때론 맘 같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솔직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담백한 생각의 나열이 어떤 비유보다 잘 포장된 말이라고 느껴진다.


요즘에는 누구를 만나도 '만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안부를 물을 때 꼭 해야 하는 세계 공용 질문지가 나 모르게 통용되나? 하도 들어서 이마에 써붙이고 다녀야 하나 싶을 정도다. 나의 상황이 이렇기도 하거니와 최근 누군가를 만나면 연애 고민이 화두에 오르다 보니 요즘 내가 종종 이런 질문을 하고 다닌다. 어쩐지 나보다 성숙해 보이는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그중 한 친구의 답이 인상적이었다. 사랑이 무엇이라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함께 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서로를 연민하는 걸 느꼈을 때' 들었다고 했다. 사전적인 설명처럼 그저 가련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아닐 것 같다. 어떻게든 상대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고 상대의 아픔이나 고통을 낫게 해 주고픈 마음이 연민이라면, '내가 곁에서 그럴 수 있게 하고(돕고) 싶다.'는 의지가 사랑이 아닐 리 없다. 연민이 곧 사랑은 아니겠지만, 사랑한다면 서로를 연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아직 그 친구보다 어린듯한 내가 이해한 바는 그랬다.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쓰려니 다소 유보적이고 어정쩡한 표현을 쓰게 된다.


어쩌면 각자에게 사랑이란 몇 자로 적어 옮겨 몇 줄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무엇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모두가 사랑과 이별노래를 들으며 내 마음이랑 가장 비슷한 나의 노랫말을 찾아보게도 되고, 때론 심각하게 생각에 빠져 어느 순간으로 되돌아갔다 오게 되는 게 아닐지.


여러 번 들어보니 이 곡의 1절 마지막 구절은 '그게 내가 아는 사랑인 거야.'라고 노래하지만, 2절에서는 '내가 하는 사랑인 거야.'로 바뀐다. 해보아야 알게 되고 알고 있는 것을 행하는 것. '사랑은 의도와 행동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벨 훅스의 책 구절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책으로 읽어서 배우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그걸 가사로 쓰고.. 사랑은 보편적이면서 또 참 개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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