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돌이켜보면 단 하루도 치열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지금 이룬 게 미미하다고,
나의 하루하루가 널널했던 건 결코 아니다.
늘 고민했고 언제나 달렸다.
넷플릭스를 보며 유투브를 보며 누워있던 밤에도
머리로는 끊임없이 고뇌했고,
보이지 않는 발로는 항상 어딘가 향해 가고 있었다.
지금이 특별히 힘든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게 꽤 위안이 된다.
과거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고 다가오는 날들도 힘들 거란 자명한 사실,
그러니
오늘이 특별히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힘을 내게 해주는 거다.
학교 다닐 때 힐끔힐끔 눈치 보게 만들었던 같은 반 아이들,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출근한 건지 기분 나빠 보이는데 괜히 걸려 싸대기라도 맞을까
조마조마하게 했던 교사들.
툭 하면 두들겨패던 아빠.
툭 하면 짜증내던 엄마.
툭 하면 몸매 품평하던 직장 동료들,
그들이 여자들이었다는 게 더 화가 났다.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니까 살 좀 빼라 어쩌고저쩌고...
툭 하면 일을 미루던 직장 상사.
뺀질거리며 일하기 싫어하던 부하 직원.
모함하며 따돌리던 타 부서 직원들에
함께 뒷담화 하다가도 정작 궁지에 몰리자 본체만체하던 동료들까지.
내 편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동료들이 자신들에게도 똥물이 튈까, 몸을 사리던 그 시선들은 아직도 상처다.
잊을 수가 없다.
그래, 늘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
아니, 늘 사람 때문에 힘들다. 그리고 늘 사람 때문에 힘들 것이다.
직장이 평온하면 몸이 덜 힘들어 놀 생각을 하는데
그러다보면 늘 놀 생각에 적극적이지 않은 남편과 싸움이 난다.
현재 직장이 좀 편하다 싶으니
생각지도 못했던, 개똥 같았던 전 직장에서 연락이 와 신경쓰이게 만든다.
또 괜찮다 싶은 하루가 지나면 누군가 돌을 던지고
정말 신경쓰이는 게 없는 상태에서도 무언가 건덕지를 찾아 고뇌한다.
현재가 괜찮으면 과거로 미래로 생각들이 이어지다가
과거의 상처를 부둥켜안고 울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또 심장이 떨리고 그런다.
그냥 숙명인가 싶다.
그러니 오늘 조금 힘들더라도 일단 가만히 지켜본다.
지켜보다가 조금 노력해본다.
너무 적극적인 노력은 피한다. 경험상 오히려 일을 망친 경우가 100%였다.
그래,
가만히 지켜보았고 조금 노력했으니 되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고,
떳떳하니 그만이다.
약간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앞으로 겪을 사람들과의 갈등에서 효과 좋은 항체로 작용할 것이다.
그저 읽고, 보고, 사유하고, 몸을 움직인다.
사실 많은 일을 처리하는 복잡한 시간들의 연속이지만
머릿 속으로만큼은 그렇게 단순하게 하루 하루를 채운다.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사부작사부작 움직이고,
재미있는 글을 찾아 읽고, 기분 좋은 컨텐츠를 찾아 보고,
와중에 고요히 생각하는 여유가 조금이나마 허락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가 된다.
오늘도 그런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