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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에 쏘인 언니

벌에 쏘인 언니

by 분홍소금

-언냐, 네이버 뉴스에서 봤는데 요즘에 벌이 자꾸 사라져서 양봉농가에 타격이 많은가봐.


-양봉농가만 그렇겠나? 이게 다 이상기온 때문에 그렇겠지머.

-응, 그 이유가 제일 큰가봐. 꿀벌이 꿀을 제대로 먹으려면 꽃이 제때피고 제때 져야 하는데, 이상기온 때문에, 꽃이 제멋대로 피었다 졌다 하니까 꿀벌이 제때에 꿀을 못 먹나봐.


-우리 어렸을 때는 밖에 벌이 천지였다아이가.(지천으로 널렸다는 말) 벌에 쏘이기도 많이 쏘였지.

그래도 내겉이(나처럼) 벌 땜에 식겁한 사람을 없을끼다.


-나는 금시초문인데.


-들어봐라 요새말로 웃프다.


-어렸을 적에 우리 집에 토끼 키웠잖아 너도 알끼다.

어느 날 오빠가 새끼토끼를 갖고 왔더라고

산건지 누구한테 얻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두 마리를 갖고 왔어.


하얀색이랑 갈색인데 진짜 귀여웠어. 귀엽다고 조물닥조물닥 하고 있으니까 오빠가 자꾸 만지면 토끼가 뜨거워서 죽는다고 못 만지게 하데.


토끼집도 오빠가 손수 만들었어.

토끼가 먹을 풀도 직접 뜯어 와서 먹였고. 쪼매난 토끼가 금세 커다랗고 토실토실한 어른 집토끼가 됐어.

얘들이 어른 토끼가 되니까 두 놈이 풀을 엄청 먹어대는 거야.

오빠가 토끼들 풀 뜯어 대느라 바빴지.


그날은 오빠가 해 놓은 풀이 다 떨어졌었나봐.

엄마가 나를 부르더니,

“오빠가 학교 갔다 올 시간 다 됐으니까

오빠한테 가서 토끼 풀 뜯어오라캐라.“ 하데


내가 나가서 학교 있는 쪽으로 걸어가니까,

오빠가 마침 친구 두 명하고 집으로 오고 있더라고.


내가 오빠를 불렀어. 그리고 소리를 질렀지.

"오빠, 엄마가 토끼풀 떨어졌다고 뜯어 오라캐."


그런데 오빠가 대답을 안 하고 자꾸 손짓을 해.


나는 오빠가 못 알아들어서 그런 줄 알고

가까이 가려고 빨리 뛰어 갔어.

가면서 계속 큰 소리로 말했지.

"오빠, 엄마가 토끼풀 뜯어 오라캐"


그러니까 오빠가 더 다급하게 손짓을 하는 거야.

저리가저리가 하면서 어쩔 줄을 모르더라고.


나는 영문도 모르고

오빠가 아직도 못 알아 들은 줄 알고

"오빠 토끼풀 뜯어와."

이 말만 했지.


그런데 바로 그때 벌들이 떼를 지어서 나한테로 날아오는 거야.

벌들이 내 머리 속을 마구 파고 들어가서 벌침을 쏘아댔어. 근데 머리에 한번 들어간 벌들은 긴 머리카락에 걸려서 못 빠져나와, 그러니까 내 머리는 순식간에 벌떼로 새까맣게 뒤덮였지.


-끔찍스러워라.


-사람들이 뛰어오데.

큰집에 사촌 언니가 제일 먼저 왔어.

"이게 무신 일이고 아 쥑이겠다"

하면서 벌을 뜯어내기 시작하더라고.

오빠도 놀라서 뛰어왔어.


오빠가 울먹이며 말했어

"내가 저리 도망가라고 했는데

왜 내말을 안 들었어, 내가 손짓을 그리 했는데 ..."

하면서 사람들하고 같이 벌을 잡아서 끄집어냈어. 한참동안


-언니는 사람들이 벌을 떼 낼 동안 어쩌고 있었어?"

-어쩌기는, 악악거리면서 울어댔지. 어른도 놀라서 자빠질 일인데 어린 내가 당했으니 오죽했겠나?.


아, 그건 그렇고

오빠가 왜 울먹였는지 아나?


-왜 그랬는데?


-내가 오빠 땜에 그리 된 거거든.

오빠가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서 친구들이랑

벌집을 건드렸다고 하더라고. 오빠가 호기심쟁이 인데다 장난끼도 많았잖아.

밭둑에 있는 벌집을 보고 장난끼가 발동해갖고 친구랑 막대기를 가지고 벌집을 쑤신 거지. 벌떼들이 “이기 뭐꼬“ 하면서 놀라 도망가다가, 애먼 나를 공격한 거지. 벌이 떼로 몰려오면서 윙윙거리니까 얼마나 무섭던지.


-자기들의 보금자리를 불시에 습격을 당했으니까 벌들도 열 받았겠지. 그나저나 언니가 어릴 때 머리에 벌침을 집중적으로 맞아서 머리가 좋은 갑다, 몸도 우리 중에 제일 건강하고, 오빠덕분인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디, 내가 벌 알러지라도 있는 사람이었으면 그때 죽어서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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