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그네 타는 게 잘 안 되는 어린이

이제는 잘 탄다

by 초코푸딩

4학년 첫째가 그네라는 것에 재미를 붙인 건 아마 7살쯤이었던 것 같다.

놀이터에서 틈만 나면 그네 밀어달라고 해서 정말 열심히 밀어줬었는데 한날은

타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네가 올라갈 때 두 다리를 안쪽으로 휘게 하면서 구르면 혼자서도 계속 탈 수 있어. 해봐 봐"


아이는 설명을 듣고 열심히 따라 했는데도 혼자 발을 굴러서 그네를 타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네를 너무너무 좋아했고 심지어 시간이 흘러 학교를 입학했는데 여전히 너무 좋아해서 등굣길에 조금 일찍 나와서 동생이랑 한 10분씩 그네를 타고 학교를 갔을 정도였다.


그네 타는 법을 중간중간 설명해 줘도 아이는 계속 혼자 타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약간 운동신경이 없는 아이인걸 아니까 왜 혼자 못 타냐는 말은 그냥 하지 않았다.


혼자 못 타냐는 말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바로 혼자 씽씽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아이의 기분만 상할 것이며 아이와 나 그 누구에게도 기분 좋은 말은 아닐 것 같으니 그 말은 하지 않는 걸로 결정.

그 짧은 순간에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판단할 정도로 나는 엄청난 발전을 한 인간이 되었다.

이 모든 건 엄마가 되고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기적인 내가 이 정도까지 발전하다니.


어쨌든, 애가 무거워도 진짜 열심히 밀어줬다.

7살부터 2학년 때까지 군말 없이 그냥 밀어줬다.

그네 밀어준 날은 집에 오면 팔이 저려서 집안일을 할 때 너무 아팠는데 아이는 그네를 거의 매일 타니까

그냥 매일 팔이 아팠다.

그래도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네 타는 아이가 너무 행복해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2학년 여름이었었나 봄이었나 기억은 정확히 안 나는데 어느 순간 타는 법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지

아이가 혼자 발을 구르면서 씽씽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기가 혼자 타게 되었다는 게 너무 좋았는지 엄청 큰소리로 벤치에 있던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나는 자유의 몸이 되어 놀이터에 가면 벤치에 앉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이 둘은 그네를 타고 나는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쉴 수도 있게 되었다.


참, 첫째만 생각하느라 잊고 있던 게 있는데 운동신경이 어릴 때부터 뛰어났던 둘째는

오빠옆에서 네다섯 살 때부터 그네를 혼자 탔다.


그 사실을 뜬금없이 생각해 낸 순간 진짜 너무 웃겨서 혼자 피식 웃었다.

같은 배에서 나와서 혼자 그네 탈 수 있는 나이가 이렇게나 차이가 나다니.

너무 신기하고 신비하도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첫째는 그네 타기를 혼자 아주 잘하게 되었다.

지금은 줄넘기도 너무너무 잘하고 한 손만 짚고 공중제비를 도는 것도 할 줄 아는 통통한 어린이가 되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건 둘 다 이제 그때만큼 그네를 타려 하지 않는다는 것.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된다는 걸 이렇게 또 배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어쩌면 다행이게도..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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