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엄마

나만 모르고 있었다

by 초코푸딩

소파엔 앉아있고 싶고, 커피는 마시고 싶고

그래서 가끔 소파옆 팔걸이 부분에 커피를 올려놓고 마실 때가 있다.


애들이 어렸을 때는 이렇게 해놓으면 애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컵을 엎어서 소파에 다 묻고 나는 성질을 내면서 씩씩거리며 닦고 애들은 미안해하고 자주 그랬는데 요새는 애들이 커서 그런지 그런 일이 없었다.


오늘 저녁식사를 치우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한잔 타서 소파에 앉았다.

새로 산 팔걸이가 엄청 넓은 그래서 뭔가 좀 안전한 느낌의 소파에 커피를 올려놓고 마셨다.


그런데 뭐 하다가 그랬는지 커피를 확 쏟았다.


"으악"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덮고 있던 무릎담요를 소파 틈새에 먼저 밀어 넣었다. 틈새로 들어가면 안쪽은 닦기 힘드니까.


사건이 벌어진 후 내가 그런 거니까 아무 말없이 이래저래 닦고 있는데 옆에서 그림을 그리던 딸아이가 수건을 가져와서 막 닦아주는 것이었다.


더구나 나에게 아무 군소리 없이 열심히 닦고 있는데 순간 머리가 뭘로 맞은 것 같았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이 바닥에 뭘 쏟거나 흘리면 워낙 그런 걸 싫어하니까 잔소리를 하고 핀잔을 줬는데 아이는 단 한 마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와서 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 자신이 엄마로서 너무 부끄럽고 한심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너무너무 창피한 마음이 솟구쳐 쥐구멍에라도 진짜 숨고 싶었다.

예전부터 아이들이 뭘 흘리거나 쏟거나 떨어뜨리면 절대 눈치 보게 하지 않도록 안 혼내기로 노력하겠다고 맘먹었고 지금도 노력은 하지만 이번일로 너무도 확실히 노력해야 할 근거가 생겨버렸다.


엄마인 나에게도 단점이 상당히 많은데 하나도 지적하거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아이들, 남편.

그리고 그대로 표출하고 있던 나.


너무도 부끄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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