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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 미첼 MJ Mitchell Mar 16. 2022

시 詩 - 꼬리뼈의 추억
       - 오션나이트

민재미첼

꼬리뼈의 추억


민재미첼


낮잠을 자다

종종 별자리를 얼굴에 박아 넣던 우리는

체 게바라의 붉은 별과 진화론을 사랑했지

먼 과거를 상기시켜주는 꼬리뼈처럼

잊고 있다가도 방심하면 뻐근한 통증

꼬리가 긴 조상은 천지개벽을 믿었을까

방향도 모른 체 질주하던 우리들

젊은 시절 같았을거야

미숙해서 순수하고 고단했던

꼬리가 있어 나무를 타기도 했지

높이 오를수록 가늘어지는

나뭇가지를 단단히 감아쥐던 꼬리를

내어주고 땅을 택했지 우리는

진화해서 더 이상 나무에 오르지 않아

이따금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아픈

꼬리뼈의 가르침

우리는 아직 적응 중이야



오션나이트


민재미첼


바람이 와글와글 소리를 실어 와요

사탕을 눈알처럼 굴리며 외롭지 않기로 해요

제멋대로 엉긴 안내판 속에서

익숙한 것만 골라 길잡이 삼는다지요

어둠이 미니스커트 아래에서 싱싱해지면

수줍어하지 않을 거예요

24시 편의점처럼 잠들지도 않고

비바런던 빠 앞의 플라스틱 야자나무처럼

시들지도 않을 거예요

앙증맞은 하이힐로 똑 똑 방점이 찍힌

웃음을 굴리며 부끄럽지 않아요

여기는 현실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길을 잃으려 해도 소용없는

친절한 화살표들

스타킹에 뚫린 구멍을 눈여겨보세요

반짝이는 포크로 찍어 먹고 싶을 만큼

탐스럽지요

폭죽이 터지면 피어싱을 한 개가

오줌을 갈기듯 여기저기 파고 들어요

왕고래 횟집에서 지느러미 뜯긴 참치가

어디에도 없는 샘을 찾아 배를 끄는 시간

이제 기꺼이 콧노래를 부를 거예요

여기는 누구나 피같이 고운 꽃을 피우는 곳인걸요

부끄러움쯤은

아무 귀퉁이에나 숨길 수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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