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초 변덕
엄마가 아빠한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변덕이 죽 끓는다", "0.3초"
바람 쐬러 나가자 하다가도 뒤돌아 서면 안 간다 하고.
밥 먹자 하다가도 뒤돌아 서면 안 먹는다 하고.
일 하러 간다 하다가도 뒤돌아 서면 안 한다 하고.
항상 이랬다 저랬다 반복하는 아빠 때문에 우리는 어느 장단을 맞춰야 될지 몰랐다.
얼마 전에도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가는 날이 있었다.
부지런한 아빠는 10시 출발이라고 했지만, 이미 8시에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고, 9시 30분부터 차에 내려가 있었다. 게으른 오빠는 10시 출발이지만, 9시 40분에 일어나서 느긋하게 준비를 했다.
아빠는 왜 이렇게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냐며, 밥 먹으러 안 갈 거냐고 닦달했고, 엄마와 나는 덩달아 급해졌다.
성격은 급하지만, 기다리는 걸 못하는 아빠는 심술이 났고, 10시가 되어서는 '나가지 않겠다'라고 했다.
오빠는 이제 10시인데 뭘 그렇게 급하냐며 '천천히 나가도 되잖아'라고 느긋하게 답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을 하게 되었고, 집에서 차로 20분 달려 밥집에 도착했다.
주차하는 아빠를 놔두고, 엄마와 오빠, 나는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식당 아주머니께서 바로 우리에게 주문지를 들고 오셨고, 이어서 "저분은 가시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주머니의 말에 무슨 말이지? 하고 뒤돌아 봤는데 아빠가 차를 돌려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당연히 아빠가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주차장을 나가서 당황스러웠다.
같이 밥 먹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쌩 가버린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이런 경우가 익숙한 엄마는 곧 배고프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우리 먼저 주문하고 먹자 했다.
그렇게 회와 오리고기를 주문하고, 모든 음식이 준비되었을 때 엄마 말대로 아빠는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차 기름 닳는다고 에어컨도 안 틀려고 하면서 굳이 이렇게 기름을 써가며 왔다 갔다 하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빠는 회도 안 먹고 오리고기도 안 먹는다 말했지만, 우리 중에서 제일 맛있게 잘 먹었다. 이렇게 잘 먹을 거면서 왜 심술을 부리는 걸까?
아빠의 마음은 도통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