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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용서

결국 선택은 내 몫

by 사적인 유디


작년 12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꽤 오랫동안 쌓여온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자 아빠와 우울감에 시달리는 딸의 이야기를 속시원히 풀어내고 싶었다. 매주 글을 쓰기 시작하며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야깃거리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좋지 않은 과거를 자꾸 되뇌어야만 했다.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고, 그로 인해 다시 미움이 증가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 답답함이 풀리기는 했으나, 아빠에 대한 미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억지로 아픔을 생각하고 되뇔수록 미워하는 감정만 자꾸 증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게 정말 취지에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나의 응어리를 풀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정작 글을 쓰려고 하니 옛 기억에 사로잡혀 다시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주 한 번씩 쓰던 글쓰기는 2주로 늘어나게 되었고, 점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잠만 자는 시간이 늘어났다.


해야 되는 것, 해야 하는 것은 많으나 내 의지가 그 텐션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 글쓰기의 최종 목표는 아빠에 대한 용서이기를 바랐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용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용서인가? 미움인가?'


이 의문 속에서 글쓰기를 잠시 멈췄다.

지금도 앞으로의 글쓰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


자극적인 것만 공유하는 게 아닌, 정말 나 스스로 치유되고, 안정을 되찾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직 부족한 말솜씨이기에... 다듬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의 끝은 후련한 치유와 용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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