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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 말을 내뱉기 싫어요

습관처럼 되뇌었던 말 '죽고 싶다'

by 사적인 유디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나는 한 가지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건 바로 들숨 날숨에 맞춰 속으로 말을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어렸을 때는 들숨에 '투니버스', 날숨에 '명탐정코난'을 혼자 속으로 되뇌며 숨을 쉬었다.


오랜 시간 동안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지금까지도 숨을 인지하고 쉴 때는 속으로 특정한 말을 되뇐다.

지금은 어렸을 때처럼 투니버스와 만화 이름을 되뇌지는 않지만, 요즘도 나는 들숨에 '하나 둘' 날숨에 '셋 넷 다섯'을 되뇐다.


수를 세기 전에는 습관처럼 '죽고 싶다'라는 말을 되뇌기도 했었다.

나의 우울이 정말 깊어졌을 때,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계속 숨을 쉴 때마다 '죽고 싶다'라는 말을 속으로 했고, 정말 버티기 힘든 순간이 왔을 때도 혼자 많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정말 죽고 싶나?'를 스스로 질문해 보았을 때, 진정으로 죽음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사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다는 말이었고, 그 뒤로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죽고 싶다'라는 말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곧바로 '아니,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라는 말을 되뇌게 되었다.


현재는 쉽게 죽음을 생각하지 않지만, 우울이 나를 잡아먹은 그 나날들은 살아있음에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그 당시 스스로 다짐한 4가지가 있었는데, 이 말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또 다른 분들께도 닿기를 바란다.


- 나를 용서할 것
- 내가 한 행동이 결국 나에게 상처가 된다면 하지 말 것
- 감정적이지 말 것
- 나를 사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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