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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민족, 탈퇴합니다.

그만 빠르고 싶어요

by 사적인 유디 Jan 18. 2025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빨리빨리의 민족!"


1997년 IMF 이후 빠른 경제 회복을 보이고 우리나라는 뭐든지 빠르기로 유명하다.


인터넷도 빠르고, 교육도 빠르고, 운전도 빠르다. 그렇게 급한 것도 없는데, 뭐든지 빨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광고 카피라이팅에서도 "2분 30초 만에 완성!", "1분 만에 해결하는 법", "10분 만에 OO 하는 법" 등 시간을 강조하는 부분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단기간에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법, 단기간에 OOO만원 버는 법 등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내고 싶어 한다.


빨리빨리 나라의 큰 단점은 '인내심이 없다'

운전을 할 때도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도를 무시하고 액셀을 밟아대기도 하고, 정속 구간에서 정속을 유지하면 앞차가 느리다며 똥꼬를 물고 달려가기도 한다. 심하면, 지그재그로 차선을 왔다 갔다 하며 속도를 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차하지 않은 채 위험하게 사람들 앞으로 지나가거나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빨간불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앞차를 꼬리 물고 달려가기도 하고, 앞차 옆차를 위협하며 다니기도 한다.

좁은 터널이나 주차장 안에서도 예외는 없다. 입출구가 하나인 좁은 곳에서도 뭐가 그리도 급한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내려오거나 올라와 사고가 날뻔한 적도 많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고는 위협 운전을 하는 운전자도 다수다.


쇼츠도 활성화되고, 배속으로 영상을 시청하며 생각하기보다는 멍하니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날도 많아진다. 의미 없이 영상을 보고 멍하니 있는 현상을 'Brain r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점점 성격은 급해지고, 인내심은 없어지는 우리는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극 효율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에만 집중이 될 경우에는 알맹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점차 여유를 잃어가고, 본질을 잊어버리고, 빠름에만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 빠름을 아이들에게도 강요한다.

한 날에는 아이 혼자 버스 계단을 올라오고 싶어 했다. 아이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시간은 끽해봐야 10초? 15초도 안 되었을 거다. 하지만 그 뒤에서 아이가 계단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는 부모에게는 그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졌나 보다. 혼자 스스로 계단을 타고 있는 아이에게 "빨리빨리, 올라가"라는 말을 했다.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정말 몇 초였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부모는 눈치를 보며 빨리빨리 아이를 재촉했다.


어쩜 이리도 여유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빨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살고 있다. 부모의 빨리 습관은 아이들에게도 적용이 되고, 아이들 역시 인내심을 배우지 못한다.


또 다른 일화로는 아마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실 것 같다.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또는 버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먼저 내리겠다고 또는 본인이 먼저 타겠다고 여러 사람을 밀친다.


사실 그렇게 밀지 않아도 우리 모두 다 타고 내릴 수 있는데도 굳이 어깨를 밀고, 등을 민다. 타고 내리는 시간도 몇 초밖에 안 되는데 그 몇 초를 못 견뎌서 몸이 먼저 앞서 나간다.


그렇게 우리의 질서는 무너진다.


모두가 질서 있게 움직인다면 사고 발생률도 많이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모두 다 ‘빨리’를 외치는 세상 속에 빠르게 살고 있으니, 이제는 이 모든 것에 지친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빠름을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사회가 다 빠르기 때문에 따라 빨랐다.

빠름만을 좇다 보니 이제 여유가 없어졌다.


여유 없는 사회는 신경질적이고, 참을성이 없으며, 스트레스 속 화살은 남에게 향한다.


정녕 이런 모습이 정말 이상적인 모습이 맞는 것일까?


때로는 여유롭게 느림을 느끼는 날을 가져보시기를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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