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싶어
한 날은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이동 중, 아빠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다른 브런치 글을 보면 알다시피 나는 아빠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많다. 여전히 아빠를 용서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으며, 세월이 이쯤 흐르니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꽤 덤덤하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남자친구는 "내가 자기 입양하면 안 되나?, 안 될까..?"라고 말했다. 이어서 "내가 아빠였으면 이 예쁜 아가를 더 많이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줬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당시의 나는 남자친구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이 말을 곱씹어 보니 너무 뭉클해졌다. 남자친구의 다정한 마음이 지난 어린 날의 상처받은 나를 쓰다듬어주는 느낌이었다.
워낙 태어날 때부터 폭력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과거에 꽤 덤덤해졌다 생각했고, 애써 모른 척, 괜찮은 척 살아왔는데…
남자친구의 말을 곱씹을수록 어린 날의 풀이 죽고 상처받은 나를 남자친구가 따뜻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연인 간 애칭을 "baby"라고 부르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정확히 이 어원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해석하기로는 ‘내 아이를 대하듯이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싶은 상대’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조건 없이 보호해 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싶은 감정인 것처럼 연인에게도 그런 애정 어린 감정이 담겨 ”baby”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게 아닐까?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니. 꽤 로맨틱하다.
요즘은 결혼뿐만 아니라 연애를 하더라도 이거 따지고, 저거 따지고 마치 결혼이 거래처럼 이루어지는 반면에 이렇게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고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니 얼마나 낭만적인지 모른다.
지금의 남자친구도 그저 나 자체로 예뻐해 주고 사랑해 주고 있다. 남자친구가 나에게 주고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