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를 참지 마세요. 경고입니다.
연인 간의 생리현상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실 딱 정해진 건 없다. 그냥 서로가 편한 방식대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처음부터 생리현상을 트는 게 쉽지는 않았다. 남자친구는 트림을 못하고, 가스 배출이 아주 크게 크게 잘 되는 사람이었는데,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TMI)
반면에 나는 남자친구 앞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무조건 참기만 했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재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날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배가 완전 빵빵해진 것이다. 나는 배가 왜 이렇게 불편한 지 알지 못했다.
그냥 내가 살이 찌고, 옷이 작아서 압박이 됐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리 압박되는 것을 해결해 보아도 배는 편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바늘로 배를 찔러서 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빼내고 싶었다.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나는 점점 얼굴이 심각해져 갔다. 남자친구와 초밥을 먹는 데에도 제대로 먹지를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내 얼굴을 발견한 남자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자꾸 물었다.
나는 계속 별 일 아니다고 말했고,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배가 아프다 말했다. 남자친구는 바로 병원으로 가자 했지만, 그날은 크리스마스였고 열려있는 병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싶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배는 계속 빵빵했고, 이러다가 정말 배가 터지면 어떡하지?라는 별의별 걱정을 다했다.
공포심을 느낀 나는 결국 응급실로 향했고, 여러 검사를 시작했다.
내 상태를 봐주신 의료진은 맹장일 수도 있다 했지만, 나는 이미 중학교 때 맹장 수술을 한 상태였다.
그러다 여러 검사를 진행하는 중에 나는 가스를 배출하게 되었고, 수액을 맞으며 침상에 누워 있었다.
희한하게 그 빵빵했던 배가 점점 안정적으로 변하더니 병원에서 나올 때는 괜찮아진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설마 가스가 가득 차서 그런 건가?!
어떤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다.
'에이, 무슨 가스로 사람이 저렇게 엄살을 떨어?'
하지만, 이 가스의 불편함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무서움을 바로 알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로는 더 이상 남자친구 앞에서 가스를 참지 않고 배출하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이런 내 모습이 귀엽다며 톡톡톡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생리현상을 트게 되었고, 서로 생리현상을 할 때면 칭찬을 해준다. 시원하게 잘했다며 (ㅋㅋㅋ)
심지어 남자친구는 나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이런 모습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진짜 home을 느낀다고 했다.
집에서, 가족 앞에서 시원하게 생리현상도 못 한다면 불편해서 어떻게 집이 편하다고 느낄 수 있냐며 ㅎㅎ
사실 생리현상은 너무 당연하게 일어나는 우리 몸의 반응이니, 상대방이 생리현상을 하더라도 너무 뭐라 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내 얼굴에 대고 생리현상을 하는 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