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귀를 의심했다
한 날은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 두 귀를 의심하는 순간이 있었다.
카페에는 나와 아주머니 두분 그리고 중학생 2명이 있었고, 아주머니들이 말하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조용했다.
옆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 두 분은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 같았다. 한 분은 아들과 싸운 이야기를 열불나게 했고, 한 분은 딸 이야기를 했다.
딸을 둔 어머니는 한 날에 딸이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며 말을 했고, 어머니는 딸에게 한 영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 영상은 고액 알바로 동남아에 취업을 했지만, 결국 사기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가 지금 공부 안 하면 이런데서 범죄에 연루되거나 아니면 몸 파는 직업을 갖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놀란 눈치를 보이자 그 아주머니는 뿌듯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T라서 좀 직설적이라 적나라하게 다 말해.”
두 귀를 의심했다. 내가 정말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것인가…? T가 할말 못할말 구분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망할놈의 MBTI병)
어떻게 딸한테 저런 말을 내뱉을 수가 있지…?
무엇보다 딸이 외국을 가고 싶다고 했으면 딸이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들어주지도 않고, 대뜸 부정적인 내용을 퍼부었다. 심지어 ‘공부를 안하면‘이라는 전제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중학생 딸이 공부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 저렇게 자극적으로 말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정말 저 말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마케팅 카피라이팅을 작성할 때에도 주로 ‘공포’를 주고 ’자극‘을 주어 원하는 행동으로 유도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청소년 아이들에게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저 말을 들었더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보다 ’아, 됐다. 내가 무슨 외국이야.’라며 오히려 포기하게 될 것 같은 말이었다.
적어도 부모는 자식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가 공부를 안 하면 범죄에 연루되거나 몸을 팔거야.‘라는 말이 아닌, ‘너가 공부를 하게 되면 너는 이런 곳에서 일을 하게 될 거고,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할거야.’ 라는 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꿈을 부정적으로 짓밟는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말을 존중해 주고 스스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믿고 힘을 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어른)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