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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치마가 어때서요

무슨 관심이 그리도 많은지

by 사적인 유디


한 날은 동네를 지나고 있었다. 할머니 두 분이 가게 앞 계단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내가 지나가자 한 할머니는 큰 소리로 웃으며 ”야야, 쟤 치마 좀 봐라. 참 별나네. “라고 말했다.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혹시 나한테 하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뒤돌아 할머니 쪽을 쳐다봤는데, 할머니들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치마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나빠졌다. 정말 특이한 치마를 입었으면 모를까 실제로 내가 입고 있던 치마는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 기분 나쁨은 의문으로 이어졌다.

‘왜 이렇게 다들 남에 대해 관심이 많을까?‘, ‘남이 뭘 입고 다니든 왜 이렇게 간섭을 하는 걸까?‘


보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지는 복장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스타일이 좋지 않다며 수군대기도 하고 뒤에서 조롱하기도 한다.


한 날은 카페에 앉아 작업을 하는 중에 옆 테이블 어머니 4명이 하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모임이었던 것 같은데,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OO네 엄마는 사회성이 없나 봐, 인사도 잘 안 하고. 이런데 나와서 인사하고 얘기를 나눠야지. 이런 것도 다 사회생활인데 말이야. “라는 말을 했고, 다른 엄마들은 “맞아, 맞아.” 라며 그 말에 동의를 했다.


그러고는 이어서 ”OO네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래? 전에 보니까 머리가 엄청 길던데, 일 안 다니나? 전에 빨간색 추리닝 입고 왔던데. “라며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외모를 지적하며 얘기를 해댔고, 그 주위 엄마들은 또다시 맞장구를 쳤다.


(어차피 모여봤자 남 뒷담밖에 안 해대면서 무슨 이 모임에 빠지면 사회생활을 못하는 거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들 이렇게 남에게 관심이 많은 것인지, 남 이야기가 없으면 할 얘기가 없는 것인지.


나도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가 있지만, 단순히 함께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닌 남을 깎아내리고 조롱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이보다 더 못난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을 낮추고 비아냥대는 시간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내 삶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이가 들수록 못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이런 이야기는 멀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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