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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현 Oct 22. 2022

브레인 오케스트라 (상)

우리는 내 마음대로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뇌 마음대로 산다. 우리가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도 사실은 뇌의 작용에 따른 결과 때문이야. 엔도르핀, 도파민이 분비되면 행복하고 세로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우울함을 느끼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얻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행복이란 무엇인가’의 정의는 바로 ‘엔도르핀, 도파민의 분비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행복의 파랑새는 결국 뇌 안에 있는 셈이야. 이 행복의 호르몬들은 ‘정신력’으로는 분비되지 않아. 뇌 호르몬의 작용도 물리적, 화학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의 호르몬들을 얻으려면 그에 해당하는 원인을 제공해야 해. 즉 나의 행동 패턴들을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지. 


호르몬은 그리스어 Horme ‘자극한다’, ‘불러일으킨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어.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어 혈액을 타고 표적 기관으로 이동하는 화학물질이야. 신경계와 호르몬이 우리 몸을 작용하게 하는데, 그중에 호르몬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 혈액에 있는 해당 물질의 농도와 분비 기관의 긴밀한 상호 연결로 인해 인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배가 부르고 고픈 것도 호르몬의 작용이야. 렙틴 leptin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식욕 억제 역할을 한다. 그렐린 ghrelin은 위장에서 분비되며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야. 밥을 먹다가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면 렙틴이 분비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어찌 보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도 다 호르몬 때문일지도 몰라. 이렇듯 호르몬은 우리 몸의 조절자이자 숨은 지배자라 할 수 있어. 우리 뇌는 일종의 신경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어. 호르몬이 어떻게 분비되느냐에 따라 이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이 말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을 알면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고 행복을 얻는데  힌트를 받을 수도 있다.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은 ‘균형’이 중요해. 도파민이 분비되면 행복하다고 해서 도파민만 계속 분비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어.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는 현상을 ‘중독’이라 부르지. 중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높은 자극을 요구해. 도박, 약물, 알코올, 담배, 쇼핑 중독들이 각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야. 도파민은 세로토닌 같은 조절 기능이 없어.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간다. 도파민만 독주하는 인생은 ‘막장 드라마’가 될 뿐이야.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어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대부분의 현대인들도 호르몬의 균형이 불안정해.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수면 부족, 운동 부족, 알코올 의존증 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모두가 모여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악기라고 불린다. 많은 악기가 지휘자의 손끝에서 어우러져 나오는 소리는 무척 감동적이야. 초연 당시 천 명이 넘는 연주가 동원된 구스타프 밀러의 교향곡 8번은 ‘천인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모든 오케스트라가 천 명씩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70~100명 정도가 된다고 해. 이 모든 연주자와 악기의 조화가 있어야 감동적인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지.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다고 해. 이 호르몬들의 조화가 있어야 우리의 인생도 풍성하고 감동적인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다.

 

우리 몸의 숨은 지배자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호르몬을 대해 몇 가지 다루어 보려 한다. 다룰 내용이 다소 많으니 오늘은 우선 도파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다. 다른 호르몬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다루어 볼게.


도파민은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을 느끼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더 높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려는 동기부여가 강화되지. 도파민은 더! 더!! 더!!! 를 외치는 욕심쟁이 호르몬이라 할 수 있어. 뇌에 의욕이 생기게 하려면 보상을 줘야 해. 보상을 얻은 뇌는 다음에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연구하게 되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강화 학습’이라고 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이 발달하는 것도 이러한 도파민 시스템의 결과라고 볼 수 있지. 이러한 도파민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첫 번째, 명확한 목표를 세운다. 도파민은 상상력의 호르몬이야. 도파민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도 분비되지만 목표를 세울 때부터 분비된다. 목표를 세울 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는 것도 이 때문이지. ‘목표 -> 달성 -> 새로운 목표 -> 새로운 달성’이라는 도파민의 사이클을 돌리려면 우선 목표를 세워야 하겠지. 멀고 불투명한 목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아. 구체적인 상상을 하지 못하면 공상에 그치고 마니까. 단기간에 이룰 수 있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야. 10년 후 목표보다는 한 달, 일주일, 하루씩 이런 식으로 단기 목표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해.

 

로마 제국은 건설한 도로에 1마일당 1개씩의 표지석을 세웠다고 해. 이것을 '마일스톤 milestone'이라 한다. 현재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목적지까지의 남은 거리와 방향을 새겨놓은 표지석을 의미하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어. 마라톤 경기할 때 45.195km의 결승점만 생각하면 너무 멀게 느껴지지만 1km, 5km, 10km 갈 때마다 표시된 마일스톤을 보면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완주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자주 상상한다. 우리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공포 영화를 볼 때 무서움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지. 화면에 나타난 귀신이 실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우리 몸은 마치 진짜 귀신을 본 것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 신 레몬을 먹는다고 상상하면 입 안에 침이 고이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야. 실제로 신 레몬을 먹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똑같이 활성화된다. 목표를 이루었다고 상상하면 뇌는 착각하여 도파민을 분비시키지. 뇌가 확실하게(?) 착각하기 위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돼. 도파민을 미래를 보내 미리 체험을 해보는 것이야. 예를 들어 진학하고 싶은 대학이 있다면 실제로 그 대학에 합격했다고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는 거야. 실제로 합격 통지를 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학교 교정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는 거지. 가족과 친구들과 축하 파티도 열고 기쁨의 시간들을 만끽하는 장면도 떠올려보고. 강의를 들으며 멋진 남자 친구도 만나는 상상도 해본다.(이미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배낭여행도 다니고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내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거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니? 그렇게 미래를 체험하고 온 도파민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를 하기 시작할 거야.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있다. 너의 미래를 상상하라! 그러면 도파민도 그만큼 자주 분출되어 너의 목표를 이룰 확률을 높여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목표를 확인하고 상상하는 것도 아주 중요해. 도파민은 금세 사라지지 때문에 목표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도파민에게도 매끼마다 밥을 줘야 한다.

 

세 번째, just enjoy!!! 골프는 멘탈 게임이라고 한다. 프로가 된 선수들의 실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 하지만 각자 멘탈 수준에 따라 성적이 차이 난다고 한다. 골프 경기를 보다 보면 평정심을 잃고 골프 클럽을 내던지며 화풀이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어. (아빠도 격하게 공감한다. 땅바닥에 가만히 있는 공을 내 맘대로 치는 것이 참 어렵다.) 멘탈이 강한 선수는 미스샷이 나오면 쉽게 떨쳐 버려. “다음에 잘 치면 되지 뭐.” 하지만 멘탈이 약한 선수는 미스샷이 나오면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어라? 왜 미스샷이 나왔지? 원인이 뭐지? 중심 이동이 좀 빨랐나? 다음에 미스샷이 또 나오면 어떡하지? 이런! 내 경쟁자는 나보다 멀리 쳤는걸!!’ 이런 잡념이 많아지면 또 미스샷이 나올 확률이 많아진다. 우승 소감 인터뷰를 보면 이런 말들이 자주 들을 수 있어. “즐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뇌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얘기이다. 즐기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면서 도파민 시스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거지.


네 번째, 마일 스톤에 도달할 때마다 보상을 해준다. 목표 중간중간에 마일 스톤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일 스톤에 도달했을 때 뇌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해. 그러면 욕심 많은 뇌는 또 보상을 받으려고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하니까. 예를 들어 네가 세운 한 주의 계획을 달성했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선물을 사주는 등의 너의 뇌를 위한 보상 이벤트가 필요하다. 롤플레잉 게임에 이런 도파민 시스템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어. 적당한 난이도의 마일 스톤이 계속 놓여 있고 그 마일 스톤을 획득할 때마다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도파민 시스템이 돌아가면서 게임을 그만둘 수가 없게 된다.


다섯 번째,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해도 도파민이 펑펑 분출된다. 도파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도 활성화되고, 엔도르핀엔 동반 분비된다. 운동 후에 상쾌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여러 호르몬들의 복합 작용 때문이야. 운동을 하면 기억력을 강화하고 학습 능력을 향상하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감소한다. 신체활동은 무엇보다 뇌세포 생산을 촉진하지. 신경세포들이 서로 손을 잡은 네트워크의 생성이 바로 '학습'이고, 이러한 네트워크가 지속되는 것이 '기억'이야. 운동은 바로 이러한 뇌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시켜 손을 더 꽉 마주 잡게 한다. 열심히 길을 달리면 우리의 뇌에도 새로운 길이 생긴다는 뜻이야.

 

여섯 번째, 중독에 조심한다. 도파민은 목표를 세우고 하고 달성하면 행복감을 느끼지만 잘못 다루면 중독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어.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지. 중독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내용이 길어지니) 다음 기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도파민과 철학을 연결해 보겠다. (호르몬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철학?) 모든 창조는 연결이니까.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세계가 변증법이라는 원리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고 주장했어. 변증법은 정, 반, 합의 3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행된다. 쉽게 말해 세상에 정상적인 것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그에 반대되는 것이 발생되는데, 이 정상적인 것과 반대되는 것은 서로 모순되므로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투쟁하게 되지. 그리고 이 투쟁의 과정을 거쳐 두 가치를 모두 극복한 새로운 종합으로 융합된다.  이러한 정, 반, 합의 사이클이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변증법이 원리이다. 이 변증법의 원리 중에 ‘나선형 발전’라는 원리가 있어. 나사못을 조일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 나사못을 조일 때 위에서 보면 돌릴 때마다 그냥 제 자리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별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옆에서 보면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조금씩 전진하는 것을 알 수 있지.

 

인생도 마찬가지다. 매일 같은 일의 반복 같으며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것 같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발전해 간다. 그러다 어느 임계점을 지나면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네가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할 때 오늘의 노력이 별 성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꾸준한 노력이 너를 시나브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야. 같은 자리를 한 바퀴씩 돌리게 해주는 것이 도파민의 힘이다. 인생의 정반합을 완성하는 것이 도파민인 것이지. 


오늘도 도파민이라는 말을 타고 매일 놓인 마일스톤을 득템 하면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적립하길 바란다. 다음 시간에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에 대해 이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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