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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Oct 03. 2023

[오스트리아 멜크]#오스트리아 #슈니첼 #맛집

송아지, 돼지, 훈제돼지



갑작스럽게 봄과 여름을 데리고 오스트리아 여행을 게 되었다고 했더니, 토끼 언니가 카*오 송금하기로 돈을 보냈다. 봄과 여름에게 밥 한 끼 사주라면서.


봄아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카*으로 돈이 왔어.
송금 받기 누르면 돼요.


계좌 번호를 몰라도 돈을 주고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돈보다 돈에 담긴 마음이리라. 토끼 언니의 사랑이 담긴 돈을 어디서 쓸까 고민했는데, 멜크 숙소 라*하우스켈러 안성맞춤이었다. 숙소 1층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다.



라*하우스켈러 마을 광장 쪽 풍경


이틀 동안 숙소를 드나들면서 보았더니, 동네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식당을 찾았다. 식당 2층에 묵고 있던 우리는 창문을 내다보며 식당 정원과 마을 광장의 상황을 살피다가 손님이 적은 때를 골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햇살 좋은 9월이라서 밖에 앉고 싶다고 했더니, 웨이터는 식당 뒤편 정원 잔디밭 위에 준비한 식탁으로 안내했다. 때늦은 자주색 목련과 뜬금없는 무궁화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천천히 메뉴판을 읽었다.


멜크에서 유명한 살구 주스 세 잔과 송아지 슈니첼, 돼지 슈니첼, 오늘의 메뉴를 시켰다(메뉴판에는 없지만 값이 싼 오늘의 메뉴가 있다고 구* 리뷰에 써 준 한국 사람 000님 감사해요). 그날따라 오늘의 메뉴는 수프와 훈제돼지 슈니첼이어서 우리는 그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세 가지 맛 슈니첼을 모두 맛보는 행운을 누렸다.


오른쪽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훈제돼지, 돼지, 송아지 슈니첼


대부분 관광객들은 빈에서 슈니첼을 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아파트호텔에서 밥을 해 먹느라 빈에서 외식을 한 번도 안 했다. 슈니첼은 처음이라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저 맛있기만 했지만, 누군가는 구* 리뷰에 이렇게 써 놓았다. 자기는 슈니첼 좀 먹어봤는데, 이 집 음식이 인생 슈니첼이었다고. 접시에 있는 레몬 조각을 듬뿍 짜서 슈니첼에 뿌렸는데도 다 먹을 때까지 튀김이 바삭했으니 맛집 맞다. 거기다 양은 또 얼마나 많은지, 나는 1/3만 먹고도 배가 불렀다.


남은 음식 아깝다. 싸 달라고 할까?
엄마 그건 좀...
뭐 어때?
주문은 여름이 했지만, 이런 말은 내가 할게.
음...
웨이터가 마음 상하지 않게 말을 잘해야겠지?
‘음식은 정말 맛있었지만 나는 배가 너무 부르다. 그러니 포장 용기를 달라’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한참 대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웨이터가 접시를 치우러 와서 음식이 남은 걸 보더니 자기가 먼저 ‘싸줄까’ 물었다. 영어가 되는 웨이터가 혼자뿐이라서 정신없이 바빴을 텐데(외국 사람들이 앉은 테이블은 모조리 그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가는 거 보고 눈치챘다), 센스까지 겸비했다.


레몬아이스크림 오른쪽 위 종이상자에는 남은 슈니첼


후식으로 먹은 레몬아이스크림도 상큼했다. 이번에는 팁을 얼마나 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웨이터는 팁을 입력하란 말도 없이 ‘카드로 결제할 거지?’ 그러면서 계산서를 쫙 뽑아줬다. 빈은 식당에서 팁을 줘야 한다던데, 멜크는 작은 동네라서 팁이 없었는지 아니면 동네 사람들이 주로 가는 식당이라서 그랬는지 지금도 영문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맛있게, 배불리 먹고도 토끼 언니가 준 돈이 남았다.


그러니 여러분! 빈에서 비싼 슈니첼 먹지 말고, 도나우강 유람선 타러 멜크로 오세요. 슈니첼은 여기가 최고예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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