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 소설 『홍합』

by 안서조

“홍합”은 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생소한 작가지만,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소설은 전남 여수 인근 공업단지에서 홍합 등 수산물을 가공하여 수출하는 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공장에서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다.


작가는 “삶보다 더 진한 소설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야기는 수산물, 주로 홍합을 가공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는 불가능이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삶의 현장에서 거의 모든 남자가 가정폭력을 일삼고 술과 노름으로 가장의 역할을 포기한 존재들이고, 자식을 위해 삶을 꾸려나가는 꿋꿋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실감 난다.


어쩌면 이야기는 작가의 체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인 내용과 전라도 사투리의 구사에 현장에 있는 느낌이다. ‘홍합’을 양식하고 채취해서 가공하는 과정에 여자들의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손으로 일을 하지만, 입은 쉴새 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남편, 시부모, 아이들 그리고 세상살이가 화잿거리다. ‘말’이 있는 곳에 웃음도 있고 오해도 있다. 때로는 웃음소리가, 때론 싸움이 되는 것이 ‘말’이다. 전라도 사투리와 어울어진 구수한 욕도 한몫한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중년의 사내, 술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소설의 김씨가 유독 술을 많이 마시고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 시간 김씨의 아내에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김씨의 환형이 나타난다.


“한순간에 멀리 가버린 그가 만들어 놓은 빈자리, 남아 있는 자를 배려하고 떠난 사람. 그가 떠나면서 일부러 꿈에서 찾아왔든 남아 있는 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내는 현상이든, 아무튼 그 빈 공간이 무언가로 들어찰 거였다. 정작 어려운 것은 남아서 떠난 자들의 여백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일 터였다. 아무튼 좋다. 오고 가는 것이야 어차피 사람의 소관이 아니다.”


영혼이 존재를 믿지 않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영혼에 대한 존재감을 가져본다. 죽음이 갈라놓은 현실에서 산 사람은 살아간다. 빈공간을 채우는 것이 무엇이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 소설이 나올 때만 해도 사람들의 왕래는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네에서 만나는 일조차 안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개인의 행동은 제약받고 전염병이 우선되는 세상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은 좋은 핑계가 된다. 웃음도 사라지고 코로나바이러스만 남은 세상에서 이런 소설이라도 읽을 수 있다니 다행이다.


책 소개

『홍합』 한창훈 저, 1998.09.23. 한겨레출판(주). 9,500원.

한창훈 –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 끝으로 간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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