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식물 선인장」

by 안서조

이 책의 온전한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식물 선인장」이다.


3천만 년 전에서 4천만 년 전 사이에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선인장은 식물 진화 역사에서 보면 비교적 늦게 발달한 편이다. 선인장은 쇠비름과 식물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여겨진다. 모든 선인장은 남아메리카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이 분리되어 있던 시기에 남아메리카에서 생겨났다. 대륙이 합해지자 처음에는 새들이, 다음에는 육지 동물들이 선인장을 전파하여 오늘날 북아메리카에서도 자라게 되었다.


동물들은 스리랑카, 인도 남부,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지역에도 자리 잡아 그곳을 원산지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사위는 키가 큰 나무의 가지 사이에서 자라며 끈끈한 씨앗이 들어 있는 열매를 맺는데, 새들이 이 씨앗을 매우 좋아한다. 수천 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의 철새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 끈끈한 씨앗들을 아프리카 대륙으로 운반했을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선인장은 아과亞科와 족 그리고 수많은 속과 종으로 분류된다. 2013년판 『새 선인장 사전』에 따르면 1,500여 종의 선인장을 아우르는 약 125개의 속이 있다. 이 숫자는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기존의 종이나 속이 재평가되어 합해지거나 분리되면서 계속 변하고 있다.


현재 선인장과는 나뭇잎선인장아과, 의사엽선인장아고, 부채선인장아과, 기둥선인장아고, 등 네 개의 아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아과인 기둥선인장아과에는 100여 개의 속과 1,200여 종의 선인장이 포함되는데 아과 중에서 이들이 가장 선인장다운 모습을 보인다.


선인장들은 몇 달 동안, 심지어 몇 년 동안 비가 오지 않는 환경을 견뎌내야만 했다. 사막에서 생존하기 위한 첫 번째 변화는 잎을 없애는 것이었다. 가시는 잎과 달리 증발로 인한 수분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시는 그늘을 제공하고 물의 증발을 최소화하고자 온화한 공기층으로 선인장을 둘러싸는 뛰어난 절연체 역할을 하여 수분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목마른 포식자들로부터 선인장을 보홯여 수분을 추가로 보존할 수 있게 한다.


잎을 잃게 된 선인장들은 오로지 줄기로만 광합성을 해야 했다. 다른 식물은 대부분 새로운 줄기가 자라나면 빠르게 껍질을 발달시켜서 그 부분에서 광합성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에 반해 선인장은 줄기 광합성을 촉진하고자 껍질의 형성을 늦추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몇몇 선인장 줄기가 껍질을 전혀 만들지 않은 채 100년 이상 자랄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그들의 표피는 밖으로 노출된 채 살아 있는 내내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게 된다. 껍질은 보통 선인장의 아랫부분에서만 제한적으로 발달한다.


선인장은 크래슐산 대사를 하는데, 크래슐산 대사를 하는 식물들은 산소를 뿜어내고 밤에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문이 닫힌 실내에 있는 선인장은 다른 화초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있을 때도 부단히 공기를 정화해준다.


선인장이 극도로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진화는 줄기가 다육성이라는 것이다. 선인장은 더 크고 많은 수분 저장 세포를 가지게 되면서 몸집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수분에의 접근 가능성에 따라 자신의 형태를 아코디언처럼 손쉽게 수축하거나 팽창할 수 있게 되었다. 다육성이 아닌 식물들은 수분을 최대 75% 함유한 데 비해 선인장은 최대 95%의 수분을 함유할 수 있다. 또한 선인장은 회복력이 매우 강하다. 저장된 수분의 80%를 잃게 되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인장 열매는 인간이나 다른 동물이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열매의 크기는 작게는 콩만 한 것부터 크게는 큰 사과나 배만 한 것까지 다양하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선인장 열매는 베리류이며, 과육 내에 다수의 작은 씨앗이 들어있다. 선인장 열매와 줄기는 새, 파충류, 포유류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 동물에게 꼭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그중 가장 많은 동물이 식량으로 삼은 것은 프리클리페어선인장(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바닥선인장)이다. 수많은 종류의 새와 다람쥐, 코요테, 회색여우가 선인장 열매를 먹으며 거북, 땅다람쥐, 산토끼, 사슴과 아메리카흑곰도 선인장 열매와 잎줄기를 먹는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선인장을 이용하고 재배해 왔다. 선인장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선인장과 깊은 인연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이다. 선인장은 음식, 약품, 주거지, 보호 장비, 도구. 옷 등으로 이용되었고 인간의 문화, 종교 그리고 정체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선인장은 여전히 그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선인장에 대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선인장을 인식하고 상호 작용해왔다. 식물학자들이 선인장의 이름을 다시 짓고 재분류하면서 학계 내에서도 선인장의 정체성은 매우 유동적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종과 속의 선인장들이 한 그룹으로 묶이기도 하고 별개의 그룹으로 나뉘기도 했다, 간헌적으로 새로운 종의 선인장이 발견되고 있으며, 과거에는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됐던 선인장들이 단지 다른 한 종의 변종이나 잡종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선인장은 불안정한 생물학적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적 요인은 물론 인간의 개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선인장은 쉽게 복제되고 접붙일 수 있으며 교배가 용이하고 옮겨 심기도 쉽다. 다양한 변수가 변형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선인장은 매우 쉽게 변형되는 유기체로, 사람들은 이러한 특징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선인장이 이렇게 많은 종이 있는 줄 몰랐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에 관해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책 소개

『선인장』 댄 토레 지음. 김의강 옮김. 2019.03.15. 니케북스. 307쪽. 18,000원.

댄 토레 Dan Torre. 호주 로열멜부른공과대학 교수. 선인장 수집가이자 재배자. 애니메이션, 미디어, 대중문화에 관한 책을 다수 썼다. 2019년에 『식충 식물』을 출간했다.


김의강. 중앙대학교 영어교육학 학사, 석사.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협력실에서 근무했다. EBS 수능 특강 문제 출제 및 검수 위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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