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연기를 시작

ep8

by 유 시안

한국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필자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던 사람들은 연기자 관련 업자들이었다.

당시에는 오로지 ‘뮤지션’에 집착을 했기 때문에 참으로 아쉬운 기회를 많이 놓쳐버렸다.


학생 시절 방송 음향으로 단기간으로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촬영감독님들에게 연기자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중간중간 엑스트라로도 얼굴을 비췄다.

왜냐면 엑스트라까지 하면 추가 시급(?)이 생기는 이유로.


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당시는 현재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위상이 높은 시기도 아니었다.

몇 번 있던 좋은 기회는 한심하게도 다 차 버렸다.


그랬던 필자가, 일본에 온 지 1년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음악만으로는 앞으로 전업으로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고, 음악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연기


연기자로 활동하는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일본에서 유명한 후쿠야마 마사하루씨의 경우, 뮤지션으로 성공하지 못하던 시절 연기자로 먼저 성공했고 그 지명도로 다시 뮤지션으로로 성공한 좋은 예가 있었다.


회사에 상담을 했지만, 음악활동에 집중하라는 말만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시기에, 지인의 캐스팅 회사로부터 주연 오디션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갑자기 주연?


이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일본어로 대사가 거의 없다는 말에 안심하고 회사에 알렸다.

당시에는 연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초보자로서는 행동하는 연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사장은 연기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주연급이라면 도전하라는 말과 함께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일본어 대본을 받아서 보게 되었다.

오디션 날까지 몇 장 분량의 대사를 외워야 하는데, 대사는 거의 없고 행동지시에 대한 것만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일본은 대사가 아직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기술하는 옛날 방식의 표기를 하는 곳이 많아 보기가 너무 어려웠다.

또한 한자에 익숙하지 않아 행동지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을 찾아 의미를 파악하고 잘 모르는 부분은 매니저에게 물어보는 등 고생을 해야 했다.


오디션 당일날.

알게 된 것은 오늘이 최종선발이라는 것으로 이미 후보가 몇 명으로 정해졌다는 말을 듣고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감독면접을 보게 되었고, 현장에 있는 임시 상대역 배우와 필자의 국어책 수준의 어설픈 연기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감독님은 상당히 만족(?)해 하는 눈치였고 현장 스텝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리만큼 좋았다.

필자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가 끝났다.

후에 감독님으로부터는 ‘상의탈의’를 하고 파이팅하는 자세를 해달라는 부탁이.


뭐 연기에 필요한 가보지


생각하고 상의탈의를 하고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현장에서는 갑자기 박수가 나오고 잘 모르겠지만 거의 캐스팅 확정이라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감독님으로부터 작품과 계획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고 확인사항이 있었다.


다른 사항은 다 좋았다.

문제는.

작품에서 노출씬이 많다는 것이다. 작품의 1/3 정도로.

그것도 신체부위가 거의 다 노출된다는 것.


필자가 당황해하는 것을 눈치챈 감독님이 며칠간 생각해보라고 하고 오디션은 끝났다.


당시에 활동하는 앨범이 ‘Pray for the life’ 로 삶의 희망을 전한다는 의미를 갖고 활동 중이었는데 갑자기 이 정도 노출을 한다면.

그나마 있던 팬들은 다 떠날 것 같았다.


며칠을 고민하고 매니저에게 상담도 한 결과.

이 역은 아쉽지만 거절하기로 했다.


훗날, 이 영화는 개봉이 되었고 남자 주연배우는 사진집도 발간했다.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잘 되지 않았고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일도 없었다.

주연 한국인 배우는 별 반향도 얻지 못한 채 군대에 갔다.


필자도 영화를 보았다.


결과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 출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일본어로 전문적인 연기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유명 감독이 주관하는 워크숍, 정기 레슨을 받으며 자신감을 키워갔다.

외모도 되지 않는 필자는 일단 발연기를 벗어나야 연기를 잘해야 조금이라도 기회가 올 것 같았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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