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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Oct 05. 2024

작지만, 강력한 루틴의 힘



5년 전부터 매주 한 번씩 근력 운동을 하러 체육관에 다닙니다. 지난주 월요일이었어요.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기 전, 러닝머신에서 달리기하는데 집중이 안 되고 힘들었습니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고 와서 그런가?" 하면서도 하던 운동을 계속했어요. 코치에게 트레이닝을 받는데 식은땀이 나고 속이 매슥거렸습니다. 가지고 간 텀블러에서 물을 마시고, 런지를 하던중 금세 토할 거 같고, 눈이 풀리며 쓰러질 거 같았어요. 코치가 제 증상을 보더니 응급치료 자격증이 있는 체육관 원장님을 놀란 목소리로 찾았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원장님이 체육관 바닥에 누우라고 했어요. 혈압은 평소보다 많이 낮았고, 맥박은 아주 약하다고 했습니다. 다리를 올리고, 여러 질문에 대답하며 20여 분 휴식을 취했어요. 다행히 몸에 기운이 생기더니 아득했던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풀렸던 눈도 정상이 되고요. 가벼운 운동으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처음엔 건강에 적신호가 온 거 같아 걱정했습니다. 병원에서 정기검진도 얼마 전에 했는데 "다시 가봐야 하나?" 고민했어요. 이유를 찾기 위해 일상을 점검하니, 최근에 루틴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증상 같았어요. 다시 루틴대로 하자, 요술 방망이처럼 몸과 마음이 회복됐습니다. 별거 아닌 습관이었는데 말이에요.


    




얼마 전, 2주 동안 해야 할 프로젝트가 갑자기 생겼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인 데다, 장기 여행을 앞두고 있어 '기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마음이 초조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24시간을 늘릴 수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니, 매일 하던 루틴 중에서 생략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러 루틴 중, 시간이 오래 걸리는《소품 만들기》와 1시간짜리《산책 겸 운동》을 과감하게 생략했어요. 남편에게 정원에 물 주는 것도 부탁하고, 최소한의 집안일만 할 거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자세한 영문도 모르는 채 착한 남편은 협조했어요. 그리고 저는 프로젝트에 몰두했습니다.    


첫 1주일을 보내는데,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장기간 앉아서 하는 작업이었거든요. 한 번은 오랫동안 앉아 있다 일어서는데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절뚝거리는 저를 보고 "당신이 이젠 젊은 나이가 아닌데 왜 그렇게 무리를 해? "하면서 남편이 잔소리했습니다. 저도 "그런 말 들을 만하다" 공감하면서도 고민하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다시 프로젝트에 집중했어요. 


 2주째가 되자, 아침에 일어나면, 한쪽 머리가 편두통처럼 아픈 증상이 생겼어요. 매일 하던 산책을 안 가니 소화가 안 되고, 속도 더부룩했습니다. 다리는 무겁고,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게 불편했어요. '며칠만 참자!, 곧 끝난다'라며 스스로를 독려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체육관에서 쓰러질뻔하자, 방법을 바꿔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제가 지혜롭지 못한 거지요. 


'최선을 다하지만, 못하면 할 수 없지!'라고 마음을 편하게 갖고, 남편에게 부탁했던 정원을 다시 돌봤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진 며칠 사이에 정원 꽃들은 알록달록 가을옷을 입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자세히 보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지 뭐예요. 일일이 눈 맞추며 물을 주는데, 관심을 주지 못한 미안함과 동시에 꽃이 주는 위로에 감사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잠시 중단했던 소품도 만들어 인스타 피드에 올리고, 저녁 식사 후에는 예전처럼 산책을 겸한 운동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루틴대로 다시 하자, 운동 부족이었는지 무릎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습니다. 나뭇잎 떨어지는 자연에서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니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해야 할 일을 마치니, 숙제 잘 끝낸 것처럼 개운했고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의 루틴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는 아침에 달리기하고, 간단한 식사 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쉬고, 저녁에는 음악을 듣는 일상을 지킨다고 하지요. 무리하지 않지만, 꾸준히 하는 게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그런가 하면, 정신과 의사의 "정신질환은 일상의 루틴이 깨지는 것"이란 인터뷰기사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즉 "루틴이 무너지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치유를 위한 첫 단계가 루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집 안 정리하고, 외출해서 일을 보는 생활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아야 안정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단 설명입니다. 


예정에 없던 프로젝트를 하며, 다시금 《루틴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매일 정해진 분량의 일을 하는 것이 별거 아닌 거 같았는데요. 건강에도,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루틴대로 하루를 보내자, 조금씩 몸이 회복되고, 편안해졌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쪼개서 하다 보니 초집중이 되어 무사히 2주간의 프로젝트를 끝냈습니다. 지금이라도 작지만, 강력한 루틴의 힘을 깨달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을 소재로 만든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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