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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Apr 15. 2023

센트럴파크도 벚꽃 축제 중

 랜선 센트럴파크 투어  함께 해요 


딸이 센트럴파크의 흐드러진 벚꽃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가 인스타그램에서 뉴욕 곳곳을 소개하는 것을 아는 딸은 꽃이 아름다운 곳이 있으면 늘 캡처해서 보내준다. 지난번에 한국사는 친구가 와서 맨해튼에 있는 동안에도 센트럴파크를 매일 산책했지만, 날씨가 추워서 봄꽃을 보지 못했다. 아쉬웠던 차에 우린 이번 주중에만 볼 수 있다는 벚꽃 구경을 가기로 하고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했다. 


마침 날씨도 좋아 화사한 봄옷과 예쁜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얼마 전부터 우리 동네 기차역에 센트럴파크까지 직접 가는 노선이 추가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딸과 쉴 새 없이 일상을 이야기하는 사이에 맨해튼에 도착했다. 센트럴파크를 향해 걸어가는데 거리는 벌써 다양한 봄꽃 잔치를 시작하고 있었다. 빌딩 사이 보이는 형형색색의 튤립이 도심의 건조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니 반갑다.    


빌딩 사이의 튤립


공원에 도착하자 부활절 방학 기간이어선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다. 저마다의 설레고 행복한 얼굴이 보인다. 350여 편의 영화의 무대가 되고, 1,600만 채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이곳! 방문할 때마다 느끼지만, 금싸라기 땅에 있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공짜로 다닐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공원 입구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면 센트럴파크를 상징하는 자전거가 보인다. 소박한 봄꽃을 담아놓은 돌 화병에 물병 담긴 자전거가 기대어 있는 모습이 참 멋스럽다. 


센트럴파크의 상징인 자전거와 꽃병


센트럴파크에는 다양한 종류의 벚꽃이 있는데 유독 일본 벚꽃이 많다. 그 이유는, 1912년에 일본에서 미국으로 3,000그루의 벚나무를 우정의 상징으로 선물했다. 그중에서 35그루를 이곳에 심었고, 이후 센트럴파크에선 꽃축제가 열리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짧은 개화 때문인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벚꽃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벚꽃 비를 맞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니 덩달아 행복해진다.


절정의 벚꽃들


조금 더 올라가면 센팍의 하이라이트인 마천루 사이의 평화로운 호수가 보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방문객을 반겨주는데, 개인적으로 이곳이 가장 좋다. 공원 중앙을 가로질러 있는 호수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모양의 빌딩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호수 뒤에 있는 빌딩 숲을 바라보며 소박한 나무 벤치에 앉아 말없이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공원을 가로지른 호수와 빌딩숲

 

우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목련, 개나리, 벚꽃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반가운 꽃과 나무들을 보며 오솔길을 걸었다. 햇빛은 적당히 따사로웠고 알맞게 눈부셨다.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오는 길엔 아주 큰 분수대가 있다. 자목련 사이로 보이는 분수대 위의 조각상 여인의 옆모습은 아름다웠다. 시원한 물줄기가 곧 여름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듯하다. 나가는 길엔 멋진 조각으로 만들어진 베데스타 테라스라는 공간을 지나간다. 마침 무명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캐논 변주곡을 멋지게 연주하고 있었다. 자연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니, 뭔지 모를 감동에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무명 음악가들의 연주와 분수대


아마 한 달 후쯤 이곳을 다시 방문한다면, 오늘 예쁘게 본 벚꽃은 다 졌을 거다. 대신 싱그러운 나무가 되어 우리의 그늘막이 되어 줄 것이다. 가을엔 예쁜 단풍으로 심쿵하게 해줄 거고, 앙상한 가지에 눈이 쌓이면 멋진 겨울의 낭만을 보여주겠지. 사계절의 벚꽃은 각각의 쓸모로 우릴 행복하게 해줄 것임을 안다. 


나 또한 누군가의 그늘이 되기도 하고, 멋지게도 살며, 힘듦도 겪으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갈 거다. 그러니 내 인생이 꽃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보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화사하고 예쁜 벚꽃을 잠깐이라도 강렬하게 즐겼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일 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봄의 소리를 들으며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얻고 내년에 다시 만날 벚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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