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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솔 Sep 25. 2024

바람을 타고, 너에게 닿기를

#1


올여름은 정말 뜨거웠다.

기상 관측 사상 열대야 기간도 가장 길었다니, 말 다했다.

나야 실내에서 일하는 업이라 견딜만했지만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이 더위에 건강 상하시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오지랖인가? 아니, 인류애라고 해두자.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여름의 무더위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다투다가 금세 풀어지는 연인처럼 어느새 스스륵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우릴 어루만진다.


난 이맘 때쯤의 저녁 공기가 좋다. 짧아진 해와 어우러져 뭔가 영롱한 냄새가 난달까.




#2


오늘, 달빛이 좋아 집 앞 공원을 걷고 있는데

바람 한벌이 은행나무 가지를 지나 나를 휘돌았다.


가을의 기운을 담은 바람은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등을 타고 목 뒤까지 올라간 뒤,

귓볼을 간지럽히다 밀당하듯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한껏 깊숙이 들이마신 후 내뱉자, 바람은 가느다란 모습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겉에 발린 형형색색의 사랑 조각들이 서로 자랑하듯 빛났기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빛나는 바람을 타고 너에게 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입혀준 빛깔이라고, 너의 웃음이 채색한 사랑이라고 자랑하며 감싸 안아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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