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지적장애 3급으로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지적장애'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1급부터 6급까지 등급을 나눴지만, 현재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 이렇게 두 단계로 단순화되었다. '발달장애'라는 말은 티브이에서 어떤 연예인의 자녀가 발달장애라고 하기에 '아 저런 병명도 있나 보다' '신체적인 발달에 문제가 있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발달장애는 정신적인 장애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발달장애로 보고 있다.
[법에서 정의하는 '발달장애인'이란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지적장애인' 또는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 신체표현 자기 조절 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폐성 장애인'을 말한다]라고 설명이 돼 있다.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된다는 문구 앞에서 오드리는 돌을 삼킨 것 같았다.
'항구적'이란 말은 오래 지속되거나, 거의 평생 계속되는 상태를 뜻한다. 이보다 더 잔혹한 말이 있을까.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수지의 인지는 향상될 수 있고 생활능력도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장애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지적장애 3급보다는 발달장애라는 말이 완곡하게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장애우'라는 말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처럼 명칭에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활동보조인이 활동지원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활보'인 것처럼 말이다. 형식보다 편견 없는 시선이 더 중요하다.
발달장애에 이어 지적장애 1,2,3급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수지와 비교해 가며 읽었는데 맞는 것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몇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었으나 스마트폰 화면을 덮은 뒤에는 머릿속을 비워버렸다. 같은 장애여도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고, 이 세상에 수지는 하나뿐인데 그런 이론 몇 줄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드리가 지금까지 만났던 이용인들 중 수지가 가장 어리고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거다. 수지는 도로시나 클라라, 찰스처럼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과 식사 도움이 필요했던 중증 이용인에 비하면 넝쿨째 굴러들어 온 호박 같은 이용인이다.
수지가 로지네 동네에 산다는 것만으로 오드리는 로지한테 고마워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오드리는 수지와 지내면서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별별 사건과 갈등을 겪게 된다. 중증 이용인의 경우 활보의 체력만 받쳐주면 일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다. 수지는 몸은 편한데 정신적, 정서적인 갈등이 많았다. 수지 같은 여중생을 만나본 적이 없던 오드리로선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지는 약간의 지체 장애도 있다. 걸을 때, 팔의 흔들림이 어색하고 양쪽 발끝이 안쪽으로 향해서 무릎이 안으로 말렸다. 조금만 걸음이 빨라져도 펭귄이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난간을 잡아야 한다. 절대 손은 잡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 급하게 차를 피하느라 수지의 손을 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어찌나 야멸차게 오드리의 손을 뿌리쳤던지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다. 수지가 손 잡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린다가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어린 이용인의 거절 한 번에 상처받고 전전긍긍하는 오드리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수지는 발음이 불분명해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사용하는 어휘도 한정적이고, 더워, 짜증 나, 처럼 짧게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 오늘 너무 덥다 그지? 하고 대답해 줘도 반응이 없다. 오드리는 수지와 도란도란 대화하며 걷고 싶은데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수지와 놀아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그 놀아주는 일에 대해서는 사연이 많아서 다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오죽하면 그 문제로 그만둬야 되나 고민하기까지 했다.
암튼 자잘한 갈등 속에도 수지와는 잘 지내는 중이다.
수지와도 언젠가 헤어지는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오드리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매일 몇 시간씩 얼굴을 보는데 어떤 가족 친구 동료가 이보다 가까울까. 그날 수지의 기분이나 컨디션이 어떠냐에 따라 오드리의 감정도 영향을 받는다. 수지가 웃으면 오드리도 행복하고 수지가 화내면 오드리도 슬프다.
수지를 설명하기 위해 발달장애 이야기로 문을 열었지만, 얘기를 하다 보니 수지나 오드리나 뭐가 다른가 싶다. 각자 하루치의 일상을 살아가는 데는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오늘 하루 재미있게 살면 그걸로 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