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병동에서의 일상
2022년 2월 5일, 입원 12일 차
거의 매일 약을 바꾸고 있다. 아무래도 입원 기간 동안에는 약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내 몸에 맞는 약을 찾을 때 도움이 크게 된다. 약을 바꾸면서 잠이 점점 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어렵다. 그래도 병원이니까, 아침에 누군가 나를 깨워 주니까 이 정도로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집이었으면 한낮에야 겨우 눈을 떴을 것 같다.
오늘 나는 담당의에게 "선생님, 저 그냥 휴학하고 계속 여기에 있고 싶어요.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담당의는 그 마음가짐으로 여기서 2~3일 만이라도 편하게 있으라고 했다. 여긴 그 무서운 밖이 아니니까, 비非일상이니까 편하게 있으라고.
또, 해야만 하는 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담당의는 내가 불안을 잠재우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 주시는 것 같았다. 길지 않은 면담이었음에도 마음이 금세 따뜻해졌다.
내가 가진 생각의 틀과 한계점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다. '내 한계가 15인 줄 알고, 8까지밖에 오지 못한 나를 저주하며 욕했는데, 알고 보니 내 한계가 10이었을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내 한계가 15가 아닌 10이라는 것부터 인정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싫은 것이다. 전공의는 그게 치료의 과정인 거죠,라고 말했다. 스스로가 가진 생각의 틀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얼마만큼인지를 알아차리고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나는 자기 연민과 자기혐오가 모두 심한 사람이라서, 내가 얼마나 자그마한 사람인지를 생각하다 보면 꼭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우면서 화가 나고, 동시에 불쌍하기까지 하다. 나도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사실은 인정하기 싫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를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