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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Feb 06. 2023

도쿄 카페투어(5)-더 크림 오브 더 크롭 커피

도쿄 카페투어(5)-The Cream Of The Crop Coffee

도쿄 카페투어(5) - The Cream Of The Crop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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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4 Chome-5-4 Shirakawa, Koto City, Tokyo 135-0021

영업시간 : 10:00 ~ 18:00

메뉴 : 핸드드립 에티오피아 M 사이즈 (¥620)

방문일 : 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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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도착한 지 셋째 날 아직 연휴로 쉬는 상점들이 꽤 있었지만 다행히도 여기는 4일부터 정상영업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귀여운 강아지가 그려진, 내가 간 카페 중 가장 이름이 긴 카페이고 키요스미 시라가와 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강을 끼고 걸어야 해서 조금은 춥다. 낭만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낭만을 찾기는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약간 쓸쓸한 겨울의 남자 느낌은 조금 났을지도 모르겠다. 

키요스미 시라가와 역은 어제 블루보틀을 방문하기 위해 갔던 역이기에 조금은 익숙했다. 


의도치 않게 오픈런을 하게 되었는데, 카페가 10시에 연다길래 주문은 안 돼도 카페는 열지 않았을까 싶어서 조금 일찍 갔는데 아니 조금도 아니다. 9시 57분에 도착했는데 아직 카페가 열지 않았다. 그래서 정상영업을 안 하는 줄 알고 다시 확인을 해봤으나 구글맵도 그렇고 매장 문에 4일부터는 정상영업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려서 일단 걸었다. 걷다가 외국인 한 명을 봤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촉이라는 게 발동했다. 저 사람 왠지 카페로 가는 듯한 느낌, 그래서 바로 그 사람을 따라서 카페로 다시 돌아갔다. 다행히도 나의 촉이 맞았다. 정확하게 10시에 사장님은 카페를 열었고 내가 따라간 외국인은 나와 같은 카페를 가려고 하는 사람이 맞았다.

로스터리인 건 알고는 있었는데 진짜 로스터리인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적당히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로스터리로 하다가 커피를 좀 팔아볼 생각에 간단하게 만든 느낌밖에 들지는 않는다. 실제로 가서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추측을 해보건대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시는데 1~2층을 터서 로스터리 겸 매장으로 사용하고 3층은 거주하고 계신 게 아닐까 싶다.

영어 메뉴판이 없을 것을 대비해서 일본어를 조금 익혀서 갔는데 여기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거라곤 카페오레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파파고 번역기를 사용했으나 이 마저도 정확하지 않았다. 아무튼 힘들게 메뉴판을 해석 아닌 해석을 했고 에티오피아로 주문을 했다. 스몰 사이즈는 너무 작을 거 같아서 미디엄 사이즈로 주문을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스몰 사이즈가 미디엄 사이즈였다. 

여기가 사장님의 작은 무대다. 디지털을 거부하시는 건지 아니면 충분한 감으로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원두를 계량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흔한 저울 따윈 없다. 주전자에서 물을 끓여서 드립 주전자로 물을 옮기고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한다. 은근히 이렇게 하는 카페들이 많은 거 같다. 생각보다 드립 포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내가 주문한 에티오피아는 청귤맛이 아주 강했다. 전형적인 에티오피아 같다고 할 수 있고 애프터가 굉장히 길었다.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입안에 무언가가 계속 길게 맴돌았다. 식어도 처음에 맛봤던 맛이 거의 남아 있어서 굉장히 맛있게 커피를 마셨다. 

테이블과 의자라고 해봤자 쇼파와 원두를 보관하는 통이 전부다. 내부에는 2인석으로 2개가 있고 밖에 2인석 1개와 6인석 테이블 1개가 있다. 홀더에도 강아지 그림이 있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키우시는 강아지가 아닐까? 아니면 강아지를 원래 좋아하시는 걸까? 

커피를 주문하러 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카페에 있으면서 느낀 건 동네 주민들 상대로 하는 장사임이 확실하다. 그러니까 힙한 카페라고 하기보다는 동네에서 유명하고 견주들이 많이 방문하는, 단골 위주의 카페가 아닐까 싶다. 있는 동안 귀여운 강아지들이 꽤 많이 왔고 사장님은 그 사람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굿즈에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굿즈를 파는 곳 뒤쪽에 원두를 팔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원두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을 한다. 강아지와 함께 오면 아침에 산책을 하고 커피 한 잔 하며 사장님과 이야기하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고 혼자 오면 열이면 열 커피 한 잔에 원두 구매를 하는 손님이다. 그리고 주변에 유치원이 있는 건지 등원하는 아이와 함께 온 엄마도 있었다. 

건물 사방에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이 정도면 사장님이 기르는 강아지가 아닐까 싶다. 


핸드 드립을 좋아한다면 방문하는 걸 강력하게 권한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며 마시는 커피는 일품이다. 맛있는 커피에 강아지까지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저울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는 몇 곳 볼 수 있는데 온도계를 사용하지 않는 카페는 볼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물의 양 보다 중요한 게 물의 온도라는 것일까? 아니면 온도는 감으로 익힐 수 없지만 물의 양은 감으로 익힐 수 있다는 걸까? 아무튼 사장님의 그 감이 참 부럽다. 부단한 노력 끝에 얻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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