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4. 베를린 소회

by 가을

_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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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베를린 어느 카페.

할 게 바닥이 나서 네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간만에 손 편지를 보낸다. 직접 펜으로 쓰면 꼭 즉흥연주를 하는 기분이라, 틀릴까 두렵고 길 잃을까 걱정되거든. 하지만 나는 열흘이 조금 넘는 여행에 막 나섰고, 여행은 늘 틀림과 길 잃음과 함께 하니까, 이번엔 네게 꼬박 손 편지를 써서 보내도 좋겠다 생각했어.

나는 이 도시에 아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올해 이월 즈음 영화제도 볼 겸 왔었고 이 년 전 여름에는 학교에서 보내주는 계절학기를 들으러 왔었어.


그러니 이번으로 세 번째 방문인 베를린.

올 때마다 감상은 늘 비슷해. 자유와 투쟁의 도시.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고 가치와 신념에 투철해질 수 있어. 고정된 개념과 틀에 반항하고 맞서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변두리의 것-들이 모여 어우러지는 조화가 있다.

서독 베를린 출신의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운디네>를 보면, 여자 주인공 운디네가 어느 박물관의 해설사로 나오는데, 그러면서 도시가 무너지고 재건되는 역사를 설명하거든, 영화비평지 RogerEbert에서는 이런 코멘트를 밝혔어. " 우리는 건축물을 바꿀 수 있다. 장벽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와 신화는, 평온한 물의 표면 아래에 남아있다"

전쟁 이후 베를린은 냉전을 거치며 새로이 지어졌어. 와중에는 14세기 지어진 교회, 15세기 지어진 성당, 16세기 지어진 궁전,... 역사를 뚫고 남은 건물도 있지. 이런 혼재된 정체성-규정할 수 없는-이 도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이런 역사를 뒤로 하고...

커리 부어스트, 케밥, 베를리너 도넛 등등 먹을 것도 많다.

모든 게 다채로운 이 도시에서 나는 더 이상 이방인이지 않게 돼. 더듬더듬 독일어로 주문을 하고 인사만 하는 정도이지만서도 가끔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상상을 해.

언젠가 베를린에 오게 된다면, 꼭 훔볼트 포럼에 가보길! 무너진 원래의 건물에서 나온 잔재가 다시 지어진 건물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면, 내가 두루뭉술하게 말한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거야.


이제 슬슬 손이 저린다.

다시 편지할게.

메리 크리스마스! 따뜻한 성탄절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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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크리스마스 얘기한단 걸 깜빡.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참 아름답더라!
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니?


2024년 12월 22일

베를린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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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 항공서간 Volume 10 - 2024 DEC 23rd

발행인 김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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