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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n 07. 2024

잘 산다는 기준

잘 살고 있는지 평가할 때, 일 외에 하는 것을 본다. 주위 사람들은 세 분류로 나뉘었다. 업무 관련된 공부하기 / 저녁을 가장한 회식 즐기기 / 업무 이외의 자기계발. 난 여기서 애매모호한 선에 걸린다고 말한 것도 없이 맨 마지막이다.


SNS에서 나와 다른 삶을 볼 때마다 그들의 능력을 탐내며 나에게 프레임을 씌워봤다. '내가 저 사람 앞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면, 내가 술잔을 쥐고 있는 한 사람이라면, 내가 사업을 하고 있다면'. 하지만 이들의 것은 내 것이 되지 않았다. 정말 팔로우만 했다.


최근 2주간 다이어트를 하며 수업 1시간 + 달리기 30분 + 샤워 30분 + 스트레칭 30분, 하루에 신체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이 2시간 반이 되었다. 추가로 몸에 맞는 식단을 찾고 요리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서서히 바뀐 삶에 녹아든 줄 알았더니,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위로 뜬 얼음처럼 '이게 맞나' 또 생각하고 있었다.


수치적으로 계산하는 게 정확했다. 하루는 24시간, 회사에서 9시간 + 출퇴근 2시간 + 수면 6시간 + 개인정비 2시간 + 음식물 섭취 2시간 + 나머지 3시간이다. 1/8 = 0.125. 나는 0.2도 되지 않는 숫자에 근육 쓰는 걸 포기하며 살았던 것이다. 왜 0.2도 쓰기 싫어했나새로운 걸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부담감, 배운 것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 그리고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죽지 않는 내 목숨이 뒷받침해 주었다.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과거의 나처럼 대답한다. "지금 안 해도 안 죽잖아. 난 어차피 나쁜 거 다 먹고 빨리 죽을 거야. 나중에 병원 가면 돼." 이에 나는 항상 "마음대로 못 죽어. 누구는 아픈 상태로 죽고 싶어서 그래? 내가 아프면 옆 사람만 고생해."라고 한다. 내가 예전의 나에게 말걸 수 없는 것처럼 누구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0.125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게 해 준 이들은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보다도 산 정상에서 만나는 어른들이었다. 체육관에는 어차피 잘하게 될 30대가 많았지만, 해발 800m가 넘는 북한산에는 60대가 쥐고 있었다. 해야 내 주위를 지킬 수 있는 거라는 믿음을 세우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정비할 시간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하루 목표다. 이것이 내 삶의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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