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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May 16. 2024

K - 장춘기

자두맛 알 사탕같은 달콤함

그 시절 그 보상금은 큰 돈이었다. 보상금으로 살던 집보다 훨씬 좋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훨씬 좋다는 비유는 기존에 살던 집보다는 훨씬 좋았지만, 보상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시절 평범 했던 집이었다. 집도 좋아졌지만, 내가 입는 옷도, 내가 신고 있던 신발도 예뻐졌다. 또 집안에 있는 가구며 가전제품, 그리고 식탁도 생겼다. 1989년 내 나이 7살이었다. 내가 태어나 우리 가족 첫 번째 이사였다. 난 긴 오르막을 올라와서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어 왔다. 그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난 분명 설레었을 것이다. 경계선 너머에는 신기한것들이 많았다. 작지만 과자와 군것질이 많은 슈퍼, 스케치북 크레파스를 파는 문방구, 소방서, 놀이터, 아파트 큰 도로와 자동차들을 보았다. 아랫동네 살때 집앞이 놀이터였고, 군것질이 없어서 꽃을 따서 먹고 지냈다. 문맹에 벗어난 삶을 살아온 것일까?. . 유치원차량을 타고 오고 가면서 게속 해서 봐 온 것들이었지만, 차량 밖 그리고 오르막 경계선을 넘어서 내가 살 예쁜 집 테두리리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본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나를 보호해 줄 수 훨씬 좋은 집 그리고 신기한 환경까지 나는 이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할 거라고 생각 했다. 이사 온 집은 빨간 벽돌집으로 방이 2개, 화장실, 그리고 넓은 거실, 주방이 있었다. 예전 집과 다르게 대리석 바닥으로 된 마당이 있었다. 엄마가 마당만 보고 집을 고른 건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정도로 마당이 가장 예뻤다. 예전집 살때도 꽃을 좋아 했는데 , 그부분을 포기 하기 힘드셨던 건지 예쁜 꽃도 있었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이 있었다. 2층은 주인집이었다. 아래에서 본 2층으로 가는 계단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 같이 환했다. 하늘과 구름이 계단과 맞 닿아 있는 상상을 했다. 천국을 가본적은 없었지만, 그만큼 아름 다웠다. 대리석 바닥이 반짝 반짝 했다. 내 어릴적 첫번째 집보다 훨씬 좋았던 두번째 집은 집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내가 살고 싶은 로망같은 2층집이 되었다. 


왜냐하면  내 기억은 딱 거기까지다. 대문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현관은 어떻게 생겼었는지, 방과 부엌 그리고 거실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말 특이한건 그집안의 구조뿐만아니라 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식탁은 생각나지만, 식탁에 앉은 기억, 거실에서 동생과 어떻게 놀았는지 잠은 어떻게 잤는지 등등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리 나이가 어렸다고 하더라도 첫번째 집의 기억이 더 많다는게 신기하다. 기억은 엄마가 그 집에서 찍어둔 사진으로 짐작해 보는 정도였다. 마당 안 예쁜 꽃 앞에서 동생과 찍은 사진과 크리스마스 때 트리 앞에서 찍은 집안 내부 사진이었다. 예쁜 꽃과 트리사진으로 봤을 때 그 집에서 4계절을 보내긴 한 건가? 라고 짐작해 봤다. 사진으로 추억을 많이 만들려는 엄마는 사진을 많이 찍어 주었다. 다른 집보다 그 집사진이 작은 걸로 봐서도 그때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번갯불에 콩 볶듯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다.아주 예쁘고 좋은 집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는 그 집에서 산 시간이 너무 짧았거나 그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내 단칸방 생활이 시작되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맛본 자두맛 사탕은 아주 달콤 하고 맛있었다. 달콤한 만큼 그 뒤에 먹은 인삼 맛 사탕은 너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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