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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외제차와 몰랐던 진실

맑은 하늘 아래 종무소와 외부 전각을 바쁘게 오가던 오후였다. 그때마다 귀에 익숙하게 들려오던 관광객의 대화가 다시 들렸다. 절 내부 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을 가리키며 누군가 말했다.


“와, 스님들 차 많으시네.”



2024-06-14 14.jpg 사찰엔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있다 (전등사 아님)


전등사 내부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을 보며 관광객들은 종종 그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그들을 붙잡고 오해라고 설명해주고 싶어진다. 나는 종무소 직원이고, 저 차들 대부분이 종무원이나 신도, 또는 행사 관계자들의 차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전등사 스님들 중에는 차량이 없는 분들이 대다수였고, 있다 해도 대부분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였다.


스님이라는 이름에는 소박함과 수행자라는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스님이 물질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 물론 좋은 차를 타는 스님도 있다. 하지만 주로 외부 일정을 자주 다니는 큰스님들이나 소임자들을 위한 차이다. 그리고 그런 차들은 절 명의로 구매한 것도 있지만 보시로 받은 차를 타는 경우도 많다.


한 스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도 한 분이 “스님, 필요한 거 없으세요?” 하고 물었다고 했다. 스님은 외부 일정이 많으셔서 “차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하셨다. 얼마 후, 신도는 자신이 타던 외제차를 보시했다. 차는 연식도 오래됐고 키로수도 많았다.


그 스님은 조심스레 감사 인사를 하고 그 차를 받으셨지만 그 차를 타고 다니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했다. 외제차 로고 하나가 주는 시선과 말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님은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신도에게 돌려드렸다.


아무래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무소유'라는 단어의 표면적 의미가 강하게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스님은 아무것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님이 최신 휴대폰이나 좋은 물건을 들고 있으면


“스님은 소유하면 안 되는 거 아냐?”


하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나도 처음엔 스님들의 물건 소유에 대해서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스님들과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건 스님들이 갖고 있는 좋은 물건들 대부분은 보시로 들어온 것들이다. 스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비싸고 좋은 것을 올리는 신도들이 있다. 이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신심이 담긴 보시이기에, 수행자로서 그 간절한 마음을 거절하기 어려워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소임을 하시면서 받으신 보시금을 모아서 구매하시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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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스님들마다 방침이 달라 신도의 마음을 존중해 받는 분도 계시고, 조용히 거절하시는 분도 계신다. 다만, 좋은 물건 하나를 가졌다고 해서 그 수행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질의 소유만큼 육식에 대한 오해도 있다. 육식 같은 경우에도 사실 스님이 고기를 먹지 말라는 계율은 없다. 하지만 스님은 육식을 하면 안 된다는 오해가 스님들에게 적용되었고 스님들이 고기를 드시면 흉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또 스님들 중엔 진짜 수행을 위해서 안 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평소엔 안 먹지만 신도분들을 배려해서 고깃집에 같이 가시는 경우도 있다. 정말 다양하다.


스님들은 종교인에 대한 세상의 기대와 ‘스님다움’이라는 엄격한 틀 안에서 살아가고 계신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그분들은,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좋은 물건을 좋아하고, 오해에 상처받고, 때로는 갈등하고 망설이기도 하는, 수행자의 옷을 입은 보통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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